bar_progress

연예·스포츠

|

[정규영의 공선운학④] 체육 덕분에… 美명문대 입학·백악관 초청·금융사 취업 이룬 어느 학생 이야기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정규영의 공선운학④] 체육 덕분에… 美명문대 입학·백악관 초청·금융사 취업 이룬 어느 학생 이야기

최종수정 2020.10.14 13:52 기사입력 2020.10.13 11:18

댓글쓰기

편집자주아시아경제가 대한민국 체육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학교체육이 조화를 이루는데 필요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가 기고를 연재합니다.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공선운학)'의 정규영 회장이 제언을 합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이 대학 펜싱팀 회장을 역임한 정 회장은 여기서 지켜본 미국의 학교체육 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2015년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홍보와 장학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 학생선수 진학 시스템과 학교체육의 운영, 스포츠클럽 육성, 경기단체 운영 등의 한계를 짚고 해외 사례를 비교하며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할 예정입니다.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참고

[정규영의 공선운학①] '체육의 본질은 교육'…이것이 먼저다

[정규영의 공선운학②] 스탠퍼드·예일·하버드…美명문대 체육의 비밀(상)

[정규영의 공선운학③] '챔피언 마인드' 심는다…美명문대 체육의 비밀(하)



운동을 좋아하는 국내 학생이 미국의 중학교로 진학했다. 그는 영어가 서툴러 유학 초반 학교생활과 교우 관계가 원활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종목의 학교체육 운동부 팀원이 돼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학교 대표 선수로 다른 중학교들과의 시합해 출전해 실력을 뽐내고 학교에서 인기도 얻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기량이 뛰어난 종목을 선정해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방학에는 학교 밖 스포츠 클럽에서 훈련했다. 학과 공부 성적이 오르고 교실 안팎에서 스포츠맨십을 발휘하면서 이를 인정받아 학교가 써준 추천서를 통해 미국 최상위 명문대로 꼽히는 컬럼비아 대학에 '학생선수'로 입학했다.


이 학생에 대해 컬럼비아대 학생 선발 관계자는 "3년 동안 경기장에서 이 학생을 지켜보면서 포기하지 않는 근성은 물론 존경심과 예의를 갖추고 상대방과 심판, 코치를 대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컬럼비아대에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국방의 의무를 마쳤다. 이후 복학해 통계학을 전공하고 학교 대표 운동 선수로 계속 활동하면서 한국인 최초의 운동부 주장까지 맡았다. 이 때 3번의 아이비리그 우승과 전미 챔피언에 올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대를 받고 백악관에도 방문했다.

그는 3학년 여름 방학에 도이치뱅크 뉴욕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좋은 인상을 남겼고 졸업을 앞두고 현재 정직원으로 합격 통보를 받아 졸업과 동시에 입사할 예정이다. 이 학생은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미국 명문대 합격과 동문들의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 취직 등 어느 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회사 면접관들도 대학 운동부 이력에 대해 궁금해 했고, 많은 동문들을 만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제공

사진=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제공



"대한민국 체육은 적폐가 아니다"
"학생선수 시스템 정착·선순환 위해 대학체육부터 바뀌어야"

필자는 이 학생을 처음 만난 때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운동을 좋아하고 가정교육을 잘 받은 예의 바른 학생이었다. 그가 고등학교 시절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게 힘들어 보여 공부에 집중하고 운동을 포기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쓸데 없이 보내는 시간을 줄이면 된다"며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공부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고 건강해지기 때문에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학생의 미래는 올림픽 메달이라는 목표보다 훨씬 넓고 크다.


필자는 최근 수년간 '적폐'로 인식된 대한민국 체육의 위상을 바꾸고자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에서 '체육'이라는 단어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선수촌에서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며 식사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운동만 하는 '엘리트선수'를 의미했고, 최근에는 각종 비위의 중심으로 몰렸다.


체육은 적폐가 아닌 소중한 교육이고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은 자연스럽게 융화할 수 있으며, 국가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 그 해법이 앞서 언급한 학생의 사례에 담겨 있다. 학교 체육, 궁극적으로는 대학교 체육의 변화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대학들처럼 체육대나 체육 단과대가 아니라 학생선수들로 구성된 대학 운동부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경제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명문대에서 '특기생'이 아닌 공부와 운동을 잘하는 학생선수를 선발한다면 유아 때부터 생활체육에 참여하게 되고 초·중·고등학교와 학부모들도 체육을 중요한 교과목으로 인식할 수 있다.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학교와 스포츠 클럽에서 자발적으로 운동을 열심히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생활체육의 활성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체육을 자발적으로 즐기고 생활화한 학생선수들이 올림픽 메달에 몰두하는 극소수 선수들보다 경쟁력을 갖추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다. 이처럼 국내 대학들이 학생선수가 중심이 되는 운동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보장하고, 체육교육에 대한 바람직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전국 대학의 학생선수들이 상시 경쟁할 수 있는 리그도 고려해야 한다.(다음 편에 계속)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겸 로러스 엔터프라이즈 대표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