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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의 공선운학②] 스탠퍼드·예일·하버드…美명문대 체육의 비밀(상)

최종수정 2020.10.01 11:41 기사입력 2020.09.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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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아시아경제가 대한민국 체육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학교체육이 조화를 이루는데 필요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가 기고를 연재합니다.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공선운학)'의 정규영 회장이 제언을 합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이 대학 펜싱팀 회장을 역임한 정 회장은 여기서 지켜본 미국의 학교체육 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2015년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홍보와 장학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 학생선수 진학 시스템과 학교체육의 운영, 스포츠클럽 육성, 경기단체 운영 등의 한계를 짚고 해외 사례를 비교하며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할 예정입니다.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에서 미국 스탠퍼드대 학생들이 금메달 10개를 포함해 모두 27개의 메달을 따냈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9개를 포함해 총 21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미국 대학교 한 곳의 학생들이 딴 금메달과 총 메달 개수가 우리나라 전체 성적을 능가한 것이다. 이 결과만 비교했을 때 스탠퍼드대는 고된 훈련과 강철 체력으로 무장한 선수들을 육성하는 체육 전문 대학임이 분명하다.


과연 그럴까. 스탠퍼드대는 학부생이 7000여명에 불과한 종합 대학이며 미국에서도 가장 입학하기 힘든 대학으로 꼽힌다(합격률 최저 1위 스탠퍼드대, 2위 하버드대). 더 놀라운 것은 이 대학에는 체육 관련 학과가 존재하지 않고 당연히 체육 전공자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 대학의 일반 학생들이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보다 운동을 잘 할까. 비밀은 바로 스탠퍼드대를 포함한 미국 명문대학의 학생 선발과 '운동부(Athletics Department)' 운영 방법에 있다.

☞참고 [정규영의 공선운학①] '체육의 본질은 교육'…이것이 먼저다


'공부 기계'는 NO
'운동하는 학생'에 가산점

필자가 앞선 연재에서 강조했던 체육의 가장 중요한 교육적 효과 때문에 미국 대학들은 명문대일수록 체육을 매우 중요한 교육으로 간주하며 그 중요도를 학생 선발 과정에 반영한다.


쉽게 말해 99점의 공부만 잘하는 학생과 교과 성적 90점에 특정 운동 종목에서 미국 랭킹 50등인 학생이 있다면 후자가 스탠퍼드대에 합격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전자와 같은 학생이 너무 많기도 하고, 대다수 대학들은 신입생의 대부분을 공부만 잘하는 '공부 기계'로 구성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며 팀원, 지도자들과 소통하고 리더십을 배운 학생들은 '나만' 혹은 '공부만' 잘하는 학생들보다 캠퍼스 생활에 활기를 줄 수 있다. 또 학교 홍보를 톡톡히 해내는 대학 운동부의 일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후자의 학생이 더 건강하며 캠퍼스 생활에 적합한 인성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99점인 학생 부모가 자기 자식은 불합격되고 그보다 교과 성적이 낮은 학생이 합격된 것에 대해 대학을 고소하거나 청원하고 시위를 할까. 절대 아니다. 하더라도 공감대를 전혀 얻을 수 없다. 학생 선발은 대학의 철저한 자유이며 고유 권한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미국 프린스턴대 펜싱팀 선수들/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미국 프린스턴대 펜싱팀 선수들/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美명문대 학부생 10명 중 1~2명은 학생선수
체대·체육 전공자 없지만…필수 과목으로 강조

앞서 언급한 대로 이렇게 합격하기 어려운 미국 최상위 명문대에서는 운동을 잘하는 학생들을 얼마나 선호할까. 스탠퍼드대는 12%, 하버드대는 16%, 예일대는 14%의 재학생들이 각 대학의 운동부에서 활약하는 '학생선수'들이다. 프린스턴대는 학부생의 18%가 학생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10명 중 1~2명을 운동을 매우 잘하는 학생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이들은 건강하고 정신력이 강하며 인성이 훌륭해 캠퍼스 생활에서 귀감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강한 체력과 정신력은 학업이 어렵고 경쟁이 치열한 명문대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또 높은 복종심과 규칙을 준수하는 스포츠맨십은 교수와 교직원들이 가장 원하는 학생의 모습이다.


미국 명문대에도 체육과라는 이름의 운영 체계가 있지만 우리 대학의 체육과와는 성격이 다르다. 체육 전공자들이 수업을 듣고 운동을 하는 체육과가 아니라 일반 학생선수들로 구성된 운동부를 운영하고 학교 체육시설을 관리하는 조직이다. '특기생'으로 불리는 학교 운동 선수들을 위한 체육 강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미국 최상위 명문대들이 체육대학이나 체육 전공자도 없이 체육과를 운영하면서 체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졸탄 두다스 프린스턴대 펜싱팀 감독은 "대학교육의 목적은 엄청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들을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 지성인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체육도 전공으로 배우는 전문 지식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필수인 교육 과목"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생각은 미국 대학들이 강조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체육을 통한 교육(Education Through Athletics)'의 결정체다. 그래서 체육과도 체육 전공자나 특기생만이 아닌 모든 학생과 학생선수들로 구성된 운동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겸 로러스 엔터프라이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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