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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납골당 이전, '당근'하라는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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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납골당 이전, '당근'하라는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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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에서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을 하라고 했다는 거죠?" 처음 납골당 중고 거래 제보를 받았을 때 너무 황당해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유골을 납골당에 모셨다가 개인적 이유로 빼고 싶은 경우, 그 자리를 누군가 ‘구매’해야 하지만, 그 구매를 업체가 해주지 않기 때문에 당근마켓 같은 데서 거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세로 치면 세입자를 구해와야 이사를 갈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최근 10년 새 장례 문화는 화장(火葬)과 납골당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9~2023년 접수된 납골당·봉안당 등 묘지 설비 관련 상담 건수는 1027건이다. 연평균 200건 이상의 문의 및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납골당 이전을 둘러싼 고민도 그중 하나다. 납골당을 중고 거래를 통해 이전해야 한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는 현실이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집과 멀어 가까운 곳으로 옮기게 됐다’ ‘부모님 합장을 해서 양도한다’ 등 구구절절한 글들이 올라와 있다. 납골당 양도를 희망하는 글이다. 납골당 관련 사설 업체는 대부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양도·양수만 가능하도록 약관에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납골당을 일종의 전세 계약으로 받아들인다. 납골당 퇴거 시 일정액을 환급받겠다고 여기지, 본인이 중고 거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족이 상을 당한 상황에서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계약자는 언젠가 자기가 중고 거래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계약하고, 훗날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납골당 환불 불가를 둘러싼 불공정 조항을 시정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연차별 환급률을 권고 사항으로 제시했지만, 강제성이 없기에 한계가 있다. 공정위는 약관이 법적으로 문제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한없이 무책임한 얘기다.

법의 사각지대 때문에 국민이 피해를 보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야 하겠는가. 국회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납골당 계약의 성질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업체가 계약자에게 당근 거래를 권하고, 소비자끼리 중고 거래를 통해 납골당을 사고팔아야 하는 촌극은 끝내야 하지 않겠는가.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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