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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K-팝 ‘멀티레이블’의 성공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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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산업부문 콘텐츠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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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모회사인 하이브 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하이브가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한 직후 열린 민 대표의 기자회견은 연일 세간의 화제가 됐고,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가요계와 주식시장을 넘어 사회적 관심사로 확산 중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엔터테인먼트사 최초로 대기업집단 지정을 눈앞에 둔 하이브가 그간 핵심 성장동력으로 내세웠던 ‘멀티레이블(Multi-Label)’ 시스템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과 달리, K-팝의 성장과 함께 국내에서 본격화된 ‘한국식 멀티레이블’은 대형 엔터사에 소속된 일종의 자회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에서 연습생은 하이브가 일괄 관리하고 앨범 제작과 마케팅 등 실무는 각 레이블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취했다.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음악과 아티스트들이 공존하고, 레이블 간 경쟁과 협력을 통해 하이브 전체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이브 산하에 무려 65개 기업, 11개 레이블이 동시에 운영됐고, 그중 ‘BTS’로 대표되는 빅히트뮤직, ‘르세라핌’의 쏘스뮤직, ‘세븐틴’이 속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등은 최근 몇 년간 하이브의 역대급 매출 성장을 주도한 원동력으로 꼽힐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K-팝이라는 국한된 장르 안에서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서로 비슷한 음악과 콘셉트, 마케팅 간의 경쟁을 불러왔다. 그들이 타깃으로 하는 팬층마저 겹치다 보니 결국 경쟁을 통해 누가 더 많은 팬들의 선택을 받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처지에 놓였다. 이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간 각 레이블마다 보이지 않는 갈등과 권력 다툼에 시달려 왔다는 후문이다. 이번 사태의 트리거가 된 ‘르세라핌’과 ‘뉴진스’의 경쟁 구도 이면에는 제작 과정부터의 미묘한 신경전이 잠재돼 있었고, 최근 불거진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논란 역시 일면 예견된 리스크였다.


시스템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운영도 미숙했다. 하이브의 주장대로라면 어도어에서 경영권 탈취 시도가 있었고, 하이브가 이를 포착해 전격적인 감사를 벌인 결과 민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민 대표는 경영권 찬탈을 의도한 적 없고, 그저 실적 잘 내는 계열사 대표를 하이브가 찍어누르고 있는 것이라며 하이브 경영진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K-팝의 성공 이면에 앨범 밀어내기, 포토카드 랜덤 지급 등 가요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낯 뜨거운 폭로까지 이어졌다. 멀티레이블 체제 속에서 계열사에 대한 관리는 물론 아티스트 관리, 위기 관리 방식까지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난 셈이다.


지난해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 간의 경영권 분쟁은 연예계와 주식시장 양쪽을 뒤흔들었다.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와 소속사 어트랙트의 법정 다툼은 가수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이번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 역시 많은 하이브 주주들과 국내외 팬들에게 경제적 손실은 물론 상처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하이브 사태는 단순히 국내 엔터업계의 문제를 넘어 K-팝의 위상을 크게 흔들 수 있다. 부디 양측이 이번 사태를 원만히 마무리 지을 수 있길, K-팝의 성공을 이끈 멀티레이블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기회로 삼아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조인경 산업부문 콘텐츠매니저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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