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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오늘도 평화로운 중국 '복불복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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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자차 없이 유학하거나 주재원으로 일한다면 아마도 매일 반복할 일상이 있다. 바로 공유 택시를 호출하는 것이다. 다양한 앱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한국과 비교해 저렴한 가격 덕에 외국인들에게는 없어선 안 될 '발'이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라면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도 잘 구축돼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지방 도시에서는 택시에 의존한다.


현지 휴대전화 번호와 은행 계좌를 가졌다면 이용은 간단하다. 앱과 계좌를 연동해 자동결제를 활성화한 뒤,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한 후 차를 부른다. 전문 차량 호출앱 또는 지도앱을 통해 수십 개에 달하는 택시 운영업체를 이용할 수 있고, 따로 원하는 가격대를 설정해도 된다. 차종이나 서비스 수준을 기준으로 각각 징지싱(경제형)·요우샹싱(우수형)·좐처(고급형) 등으로도 구분돼 있고, 6명이 탈 수 있는 벤 차량도 곧바로 이용 가능하다.

중국에서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지난해 10월, 택시를 호출하니 테슬라 차량이 왔다. 이후에도 종종 테슬라를 비롯한 고가의 차량이 배치됐다. 사진은 당시 탑승했던 테슬라 택시와 운전자의 모습.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중국에서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지난해 10월, 택시를 호출하니 테슬라 차량이 왔다. 이후에도 종종 테슬라를 비롯한 고가의 차량이 배치됐다. 사진은 당시 탑승했던 테슬라 택시와 운전자의 모습.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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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마찬가지로 폭설·폭우·한파·폭염 등의 궂은 날씨에는 차량 호출이 어렵다. 이 경우 가격을 경매하듯 계속 높이거나, 역으로 인근의 운전기사가 '몇 분 안에 갈게, 얼마에 갈래?'하고 금액을 제안해 오기도 한다. 출발 일시와 장소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예약도, 운행 도중 목적지 변경이나 추가도 하나의 앱으로 가능하다. 내 경우 큰 짐이 있다거나 하는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경제형 또는 우수형을 호출한다. 이렇게 사용하면 이용 요금은 주요 생활 반경 내에서 1만원대를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택시 생활에서 작은 특이사항을 꼽는다면, 같은 설정에서도 호출돼 오는 차량과 기사의 서비스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경제형으로 설정해뒀는데 테슬라가 호출되고, 우수형을 불렀는데 차량 상태나 서비스가 형편없는 경우가 있다. 고급형은 깔끔한 세단에 운전자가 의복을 갖춰 입은 한국의 모범택시와 유사하지만, 가격이 경제형 대비 40% 이상 비싸다. 결국은 경제형·우수형 사이에서 복불복 게임을 하는 것이다.


어느 날은 도대체가 굴러간다는 것이 신기한 연식의 차량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도착하고, 어느 날은 다른 승객을 못 찾은 테슬라·훙치가 미끄러지듯 조용히 내 앞에 선다. 한국과 중국 영부인에 대한 얼평(얼굴평가)과 한중관계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수다형부터,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조용히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침묵형까지 운전자 유형도 다양하다. 승객이 탑승하는 순간까지 담배꽁초를 물고 있어 준 덕에 자욱하고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기사가 있는가 하면, 깔끔한 실내와 차량 내 온도·습도·향기까지 완벽하게 갖춰주는 기사도 있다.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호출된 택시 간 아찔한 낙차가 중국의 현재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균을 구하는 일은 기실 아무 의미가 없고, 상위 1%와 하위 1%가 어지러이 혼재돼있어 내가 지금 만나는 중국이 과연 진정한 중국인지 자신할 수 없다는 것. 재화와 서비스의 수준이 균일성을 갖추지 못해, 소비가 복불복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 그래서 결국 희망과 절망을 반복하게 만든다는 것.


택시 생활에서 또 하나의 함의를 찾자면 어떤 차량과 기사가 배치돼도 비관하지 않으며 순응하는 노자 사상이 자연스럽게 체득되고, 이는 난관 많은 중국 생활에서 주화입마를 피하는 하나의 핵심 기술이라는 점이다. 어려운 시기, 중국에서 생활하는 교민들에게 '복'이 더 자주 찾아오길 바란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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