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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K-우먼]김단하 대표 "빚내서 간 해외 패션쇼, 기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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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하 단하 대표 겸 한복 디자이너
블랙핑크, 뮤직비디오에서 단하 한복 입어
창업 3년차 재정난, 패션위크 계기로 반전
카지노 딜러로 일하다 부업으로 자체 디자인 한복 대여
전통적 문양 활용해 30여개 패턴 디자인 특허 등록
'블랙핑크 한복' 뛰어 넘어 일상 패션 브랜드로 확장

[파워K-우먼]김단하 대표 "빚내서 간 해외 패션쇼, 기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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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패션위크에 대출을 받아서 갔어요. 망할지도 모르는데 저질렀죠. 패션위크 영상을 보고 블랙핑크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김단하 단하 대표에게 2020년은 드라마 같은 해였다.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면서 고비가 찾아왔다. 코로나19로 하늘 길이 막혔고 해외 바이어와 진행하려던 거래도 지지부진하던 시기였다. 그해 6월 블랙핑크가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서 단하의 한복을 입고난 후 2020년은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김단하 단하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김단하 단하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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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1분기는 김 대표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는 "통장 잔고에 20만원 밖에 없었는데 이러다 직원들 월급을 못 주면 어떡하나 싶었다"고 했다. 궁여지책으로 김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신제품 '궁보치마'를 선보여 4500만원을 펀딩 받았다. 2018년 8월 단하를 창업하고 3년차에 접어들던 시기, 수많은 스타트업이 3년차에 겪는 '데스밸리'를 거치고 있을 때였다. 그는 "직원들 월급 3~4개월은 걱정 없겠다며 한숨 돌렸지만 1년 후에도 나아질 기미가 없으면 전 직장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기적은 거저 주어지지 않았다. 김 대표가 열심히 뿌린 씨앗들이 기회가 되었고, 싹을 틔울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 10월 김 대표는 1억원을 대출받아 밴쿠버 패션위크에 참여했다. 해외 무대에 단하의 한복을 선보이는 첫번째 기회였다. 야심차게 투자했기에 큰 성과를 기대했지만 돌아온 지 5개월 만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듯했다. 블랙핑크 스타일리스트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패션워크 때 선보인 한복을 다 싸들고 뮤직비디오 현장을 찾았다. 김 대표는 "언제 어디서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이 될 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추진했던 게 기회가 되더라"고 했다.


"블랙핑크가 단하의 한복을 입고난 후 한복의 위상이 달라졌어요. 패러다임을 바꾼 계기였죠. 그 이후 행보는 제 몫이죠. 더 많은 글로벌 스타들에게도 단하의 옷을 입혀보고 싶어요."

창업 전 김 대표의 직업은 카지노 딜러였다. 위계서열이 엄격하고 숫자부터 서비스 감각까지 모두 갖춰야하는 카지노에서 4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일종의 맷집도 생겼다. 카지노 딜러들은 3교대로 근무하지만 부업이 가능해서 김 대표는 남는 시간에 온라인 한복 대여점을 운영했다. 대여점 주문이 많아질수록 수입도 늘어났다. 김 대표는 시판 한복을 빌려주는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디자인 한 한복을 대여해줬다. 그는 "구글에서 저고리 이미지를 내려받아서 원단을 지정하는 식으로 디자인을 하다가 대학원에 입학해서 본격적으로 한복을 배웠다"며 "한복을 디자인해봤자 누가 입느냐고 주변에서 만류하기도 했다. 처음에 (창업한다고 했을 때) 용돈벌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단하는 한복만 만드는 회사는 아니다. 전통적인 문양과 소재를 활용한 다양한 의류와 소품을 만든다. 단하의 한복이나 소품에 적용된 전통 문양은 익숙하지만 새롭다. 궁중보자기나 궁중도배지에서 보던 문양이지만 조금 다르다. 그는 "궁중 유물 패턴은 저작권이 없어서 우리가 새롭게 디자인해서 차별화시키고 디자인 특허 등록도 했다"고 설명했다. 단하가 만든 패턴은 총 30개에 달한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패턴은 '봉황문입문보'다.


분홍 봉황문 두루마기 착용한 블랙핑크의 제니(왼쪽)과 봉황문크롭탑과검정철릭을 입은 로제. 사진제공=단하 홈페이지

분홍 봉황문 두루마기 착용한 블랙핑크의 제니(왼쪽)과 봉황문크롭탑과검정철릭을 입은 로제. 사진제공=단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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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박물관이나 전시회 관람을 즐기는 김 대표는 해외 여행을 가도 예쁜 타일이나 모자이크에 시선을 뺏기는 일이 많았다. 패턴을 옷감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발상이 지적재산권(IP) 사업으로도 확장됐다. 김 대표는 "연예인들이 출연료를 벌어오듯 패턴이 이제 돈을 벌어온다"고 했다. 단하의 패턴은 화장품, 가방, 캐릭터 코스튬, 신발, 식기류, 주류까지 여러 브랜드를 넘나들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종 브랜드와 협업한다. 지금까지 협업은 모두 제안을 받아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블랙핑크 한복'이라는 수식어를 뛰어 넘어 패션 브랜드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는 한복에 방점을 뒀다면 내년부터는 한복 패턴을 활용한 일상복을 위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일명 '단하 시즌 2'다.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법인으로 전환하고 투자 유치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 국내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다 보니 성장에 한계가 있었고, 국내에서는 한복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해 갇히는 느낌이 있었다"며 "해외 바이어들도 화려한 패턴을 먼저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부터는 외국인이 볼 때 한국적인 느낌이 나지만 일반적으로도 입을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려고 한다. 단하의 인지도를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한복인들이 설 자리가 너무 좁아요. 한복인으로도, 패션인으로도 살아남기가 어려워서 가능성이 큰 곳을 선택해야만 했어요. 한복이 패션의 한 영역으로 역할을 하려면 패션에서 성과를 내야만 합니다. 해외에서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단하 대표는

1990년생으로 부산 가야고, 광운대 동북아시아문화산업학과 학사를 졸업했고 성균관대 의상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카지노에서 근무하다 부업으로 한복 대여점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2018년 8월 단하를 창업했고, 단하의 한복 디자이너를 겸하고 있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올해의 한복인' 표창을 받았다. 밴쿠버 패션위크, 파리 패션위크, 타이 실크 패션위크 등에 참여했다. 내년 2월에는 밀라노 패션위크에 참여할 예정이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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