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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담(手談)]농심배 韓바둑…'응팔 속 기적' 만들어낼 신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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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의 10월 기상도는 맑은 후 흐림이다. 지난 3일 중국 기원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바둑 단체전 금메달을 따낼 때만 해도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나 불과 보름 만에 상황이 정반대로 변했다. 중국에서 전해온 비보(悲報) 때문이다.


한국의 변상일 9단은 지난 19일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3국에서 중국 셰얼하오 9단에게 246수 만에 백 반집 패를 당했다. 초읽기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아쉬운 패배로 이어졌다. 변상일은 7월 춘란배 우승으로 세계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따낸 한국의 간판 기사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 결과다.

한국은 앞서 설현준 8단이 본선 1국에서 불계패한 데 이어 변상일까지 무너졌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초반 부진은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농심신라면배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바둑기사 5명씩 출전해 연승전 방식으로 우승국을 가린다.


3일 중국 저장성 중국기원 분원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남자단체 결승전에서 한국 신진서가 중국 양딩신과 대국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3일 중국 저장성 중국기원 분원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남자단체 결승전에서 한국 신진서가 중국 양딩신과 대국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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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농심신라면배는 사실상 한국의 독무대였다. 통산 열다섯 차례의 우승 경력이 이를 증명한다. 제22회, 23회, 24회 대회 등 최근 3개 대회 우승국은 모두 한국이었다.


하지만 제25회 대회는 한국 출전 선수 5명 중 2명이 이미 탈락했다. 이제 한국은 원성진 9단, 박정환 9단 그리고 신진서 9단 등 3명만 남았다. 한국이 다소 불안한 출발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낙담하기 이르다. 역전 우승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실제로 한국은 2008~2009년 열린 제10회 농심신라면배에서 초반에 두 명의 기사가 탈락했지만, 결국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다. 강동윤 8단은 5승 1패를 거두며 흐름을 바꿨다. 이세돌 9단이 2승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당시 한국 세 번째 주자로 나섰던 강동윤이 역전 우승의 주역이었다.


제25회 농심신라면배 한국 세 번째 주자는 원성진이다. 그는 다음 달 30일 본선 5국에 출전한다. 원성진이 첫 승을 거둔다면 한국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다. 물론 상황이 만만하지는 않다.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은 이번 대회에서 칼날을 갈고 있다. 중국은 아시안게임 굴욕을 씻어낼 기회로 여긴다. 일본도 거의 20년 만에 농심신라면배 우승컵을 탈환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중국과 일본에 맞서는 한국의 반전 카드는 무엇일까. 원성진 뒤에 기다리고 있는 두 명의 철벽 수문장. 바둑 통계 사이트 ‘고레이팅(Go Ratings)’이 집계하는 세계 랭킹 2위인 박정환과 1위인 신진서다. 만약 원성진에 이어 박정환까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모든 부담은 신진서에게 쏠린다.


한국의 기사 5명 중 4명이 조기에 탈락하지만, 최종 우승은 한국이 차지하는 반전 스토리. 어디에선가 본 듯한 장면 아닌가. 실화를 토대로 탄생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명장면이다. ‘상하이 대첩’으로 불린 제6회 농심신라면배(2004~2005년)에서 이창호 9단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당시 세계 최강 이창호가 한국에 있었다면, 지금 우리 곁에는 신진서가 있다. 신진서는 세계 바둑계가 인정하는 최강의 기사다. ‘제2의 이창호’ 신화를 재연할 기량을 지녔다는 얘기다. 상하이 대첩이 드라마 소재가 된 것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감동 스토리 때문 아니겠는가.

신진서가 남아 있기에, 한국은 여전히 제25회 농심신라면배의 유력한 우승 후보국이다.





류정민 이슈1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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