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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K-우먼]"더 할 수 있는데 포기하면 후회…계속 도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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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 선수
출산 후 성공적 복귀 후 올림픽 도전 준비
"클라이밍 할 때 제일 행복, 그게 정상의 비결"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엄마들의 도전 응원

[파워K-우먼]"더 할 수 있는데 포기하면 후회…계속 도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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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하고 딱 1년 만에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갔는데 떨어졌어요. 그때 조금 힘들었죠. 나는 선수를 하고 싶어서 다시 시작했지만 그것 때문에 아이와 그만큼 시간을 못 보내고, 엄마 역할도 제대로 못 하는 거 같고. 잘못하는 게 아닐까, 내 욕심 때문에 그냥 붙들고 있는 게 아닐까 고민도 많았죠."


스포츠 클라이밍의 여제(女帝)로 불리는 김자인 선수(35)는 워킹맘이다. 김 선수는 지난해 국가대표 복귀를 추진했다가 탈락했다. 흔한 핑계로 출산 후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아서, 이제 나이가 들어서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출산했다는 이유로 엄마의 몸이 예전 같지 못했다는 핑계를 한사코 거부했다. 몸을 써야만 하는 운동선수로서, 출산이 마치 장애물이 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출산하고 반년 이상은 운동하면 안 되고, 조심해야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전 사실 출산하고 한 달 반 이후부터 운동을 조금씩 시작했거든요. 주변에서 걱정했는데, 손목이 아프다거나 이런 건 오히려 운동하면서 나아지더라고요. 체력적으로 괜찮냐고들도 많이 물으시는데, 사실 체력적으로 몸이 안 되는 게 문제는 아니었어요. 사실 제가 힘든 점은 클라이밍 스타일이 달라지고 트렌드가 바뀌는데 제가 20년간 해왔던 것과 다른 방향이었다는 거죠."


김 선수는 아기띠로 딸을 안은 채 턱걸이를 한 에피소드로도 유명하다. 턱걸이봉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엄마 품에서 아이는 얌전히 새근새근 잠이 들기도 했다. 재미있는 일화 정도로 그칠 수도 있지만, 이 이야기에는 그가 얼마나 선수로서 복귀를 위해 절치부심했는지가 엿보였다.


"운동은 하고 싶은데 아기도 봐야 하니까. 그때 아기띠하고 턱걸이를 했었죠. 아마 돌 때까지는 했던 거 같아요. 아이도 어렸고 운동하는 시간도 워낙 적었으니까."

K파워우먼 김자인 선수.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K파워우먼 김자인 선수.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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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신 후 재도전에 나섰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올해 스포츠 클라이밍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부상을 당했다. 예상치도 않게 찾아온 어이없는 부상. 그것도 클라이밍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손가락 부상이었다. 내년 파리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국가대표 선발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었다.


"사실 멘붕이 왔죠. 내년 올림픽에 도전하려면 올해 국가대표 선발이 너무 중요했어요. 그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부상을 당했어요. 2019년에도 올림픽 출전 자격을 처음 주는 대회에 참가했다가 손가락 부상을 당했거든요. 그것도 너무 힘들었는데, 똑같은 상황이 또 발생한 거예요. 그것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그는 이거 하지 말라는 뜻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런 상황이 슬프기보다 화가 나고, 그 화가 나중에 오기가 됐다. 그래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이런 오기가 발동했다. 그는 "아픈 것을 참은 것은 아니고 남은 시간은 짧지만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먹는 것도 신경 쓰고 준비해, 완전히 회복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손가락이 잘 버텨서 잘 마무리를 할 수 있었디"고 당시를 떠올렸다.


국가대표에 어렵사리 복귀한 그는 올해 7월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2023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9차 대회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리드 종목에서는 역대 최대 금메달 수상자다. 볼더링 종목에서 한 차례 금메달 딴 것까지 포함하면 월드컵에서만 31차례 우승했다.


K파워우먼 김자인 선수.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K파워우먼 김자인 선수.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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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수는 왜 다시 도전에 나섰을까. 그는 원래 도쿄 대회를 준비했지만, 부상과 불운, 코로나19로 인한 대회 취소 등의 여파로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선수가 아닌 해설자로 경기를 지켜봐야만 했다.


"올림픽 해설을 하기 전까지는 사실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해설을 제가 맡게 되고, 중계를 보면서 선수들과 똑같이 호흡하면서 느꼈어요. 그것이 느껴지면서 진짜 올림픽에 서고 싶다는 꿈이 생겼죠. 해설이 끝나고 집에 가서 남편(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조심스럽게 얘기를 했어요. 처음에 반대할 줄 알았는데, 남편이 자기도 똑같이 생각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때 응원을 받았죠."


김 선수는 어려움 속에서 계속 도전한 이유와 관련해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제가 더 도전을 할 수 있는데도 포기한다면 10년이 지나 진짜 100% 엄마의 역할을 할 때 분명히 후회할 것 같아요. 아이가 커서 왜 그만뒀냐고 물어봤을 때 ('너를 낳아서 은퇴했어'보다는) 조금은 더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싶고요. 그래서 계속 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그는 정상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K파워우먼 김자인 선수.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K파워우먼 김자인 선수.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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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선수들을 우러러봤어요. 정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직도 신기하죠. 사실 아직도 제가 등반을 잘한다거나 소질이 있다는 확신이 없어요. 그냥 클라이밍할 때가 제일 행복하고 좋기 때문에, 그 마음을 꾸준히 계속 유지해온 게 비결이 아닐까 싶어요. 오랜 선수 생활을 하면서 힘든 순간도 있었는데, 확신이 있다 보니 흔들리지 않고 걸어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는 현재 1인 3역 중이다. 선수로, 자신이 운영하는 클라이밍 암장(락랜드)을 운영하는 사업가 그리고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기 어린이집 등원 준비로 바쁘죠. 이후 제 훈련 시간인데 팀 트레이닝이 있으면 거기에 참가하고 아니면 개인적으로 운동해요. 제 암장에 와서 운동하고, 암장 업무도 보고, 저녁 7시쯤 집에 가서 아이랑 시간 보내고 있어요."


김 선수는 스포츠 클라이밍 특성상 온종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피곤해도 퇴근 후 쉴 수 없는 워킹맘이다. 엄마로서 아이랑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한다는 죄책감 속에서도 선수와 엄마의 일을 다 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다른 엄마들의 도전을 응원했다.


"전에는 선수로서 결과를 내면 축하를 받았다면, 이제 엄마로서 한걸음 한걸음 도전 자체를 응원해주는 분이 많아졌어요. 큰 힘이 됩니다. 제가 확신하는 것은 제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죄책감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런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것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 행복할 때,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도 자신이 얻어내는 것에서 행복감이 더 클 거 같다는 것이에요. 다시 도전을 앞둔 분이라면 그런 생각으로 힘을 내면 좋을 거 같아요. 아이가 저를 세계 최고의 선수라기보다 정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던 선수로 알게 해주고 싶어요."



▶김자인 선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암벽등반 선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청소년 클라이밍 캠프에 참여한 후 정식 선수의 길에 올라 중학교 1학년 때 청소년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후 국내외 무수한 대회에서 우승했다. 고려대 체육교육과를 거쳐 고려대 대학원 스포츠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롯데월드타워 123층을 기본 안전장치(로프)만 착용한 채 기구 없이 맨손으로 등반하기도 했다. 출산 후 올해 4월 국가대표 선수로 복귀했으며, 올해 7월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프랑스 샤모니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 리드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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