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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 시진핑 3연임의 겉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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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시내를 다니는 한 버스 내에 설치된 스크린 화면. 화면에는 3연임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을 하며 그간의 경제성장을 홍보하고 있다.

베이징 시내를 다니는 한 버스 내에 설치된 스크린 화면. 화면에는 3연임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을 하며 그간의 경제성장을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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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지난 한 주, 중국 전역은 한 인물을 향해 환호하느라 떠들썩했다. 현지 관영 매체들은 과거 10년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의 업적을 찬양하고 제시된 미래 사회상에 감격한 듯 보였다. '인민영수' '위대한 영도자' 같이 거창한 수식어도 등장했다. 지난 22일 폐막한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와 선전의 총공세를 거쳐, 시진핑 국가 주석은 그렇게 3연임을 확정 지었다.


시 주석은 지난 10년에 5년을 더하는 추가 집권 그 너머를 바라본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과 주요 외신들의 중론이다. 마오쩌둥 시대 이후 사라졌던 인민영수 호칭이 부활한 것 역시 그가 어떤 방식이든 물리적 생명이 다할 때까지 중국 정치의 정점에서 내려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많다. 23일 공개된 3기 최고지도부의 면면을 봐도 시 주석에게 긴장감을 줄 인물은 전멸했다.

당대회에 앞서 시 주석은 베이징 곳곳 기자의 일상 공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대형 서점에는 흰 바탕에 말끔한 시 주석의 얼굴과 이름을 새겨넣은 4권짜리 전집(정가 권당 80위안·약 1만5900원)이 좋은 자리의 매대에 그럴싸하게 전시돼 판매됐다(사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버스에서는 안내방송 대신 국가 발전을 강조하는 시 주석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작은 전광판에는 움직이는 그래프가 지난 10년간의 경제발전을 현란하게 자랑했다. 그럴 때 슬쩍 둘러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저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베이징시 왕징 내의 한 코로나19 핵산 검사소. 등교생들의 핵산검사 기한이 갑자기 변경 통지되면서 사람이 몰렸지만, 검사 인원이나 관리자가 증원 배치되지 않아 현장이 매우 혼잡했다.

베이징시 왕징 내의 한 코로나19 핵산 검사소. 등교생들의 핵산검사 기한이 갑자기 변경 통지되면서 사람이 몰렸지만, 검사 인원이나 관리자가 증원 배치되지 않아 현장이 매우 혼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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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 주석의 '3연임'을 바라보는 일부에서는 조용히 우려와 걱정이 움트는 듯하다. 노출된 매체나 논평의 민심은 전폭적 지지를 쏟아내지만,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대도시의 화장실 내벽과 변기 칸에는 '조용한 혁명'이라 불리는 '독재 반대' 낙서가 잇달아 등장했다. CNN에 따르면 해외에 머무는 중국인 유학생들도 화장실 벽에 3연임 반대의 인쇄물을 붙이며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 중이다. CNN은 중국과 세계 대학 수백곳에서 독재 비판의 포스터가 목격됐다면서 규모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으로 게재된 게시판 댓글 같은 밑바닥 민심도 냉소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최근 부동산 경기와 관련된 당의 정책을 홍보하는 현지 매체 보도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자산소득 증가 속도가 노동 소득 증가 속도를 훨씬 앞지르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라. 지금 중국에서 일을 해서는 영원히 부자가 될 수 없다". 이런 댓글도 있었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하나도 얘기하지 않는군".

합리성이라고는 찾기 힘든 코로나 방역도 민심 이반에 불을 붙일 수 있다. 당대회 폐막일인 22일 오후에는 베이징시 학생들의 등교를 위한 핵산 검사 시간 기준이 '갑자기' 바뀌어 공지됐다. 그 탓에 주요 주택가 주변 검사소에는 긴 줄이 섰고, 검사 시한이 다가오자 새치기가 난무하며 동요와 항의로 이어졌다. 공무집행(?)을 향해 큰 소리가 나는 것은 중국에 온 후 처음 보는 장면. "왜 이렇게 원칙이 없어요!" 한 사람이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치자, 소란은 더 힘을 얻었다.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하다니, 관리자 대체 뭐 하는 겁니까!" "제대로 된 방침이 있어야 할 거 아니요!". 가지런한 줄로 순응하던 모습은 순식간에 온데간데없어지고 말았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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