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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K-우먼] "낯섦과 두려움은 극복 대상, 비즈니스 목표는 여성 건강권"

최종수정 2022.09.22 10:05 기사입력 2022.09.21 11:34

디즈니의 배급팀 디렉터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선한 영향력 고민 끝에…유기농 생리대 사업 도전
이민자의 설움, 긍정적 생각으로 극복
쉽지 않았던 사업 초기…공동창업자와의 우정으로 극복
생리대 외 탐폰·팬티라이너·여드름 케어 제품 등 여러 분야 도전
"여성과 평생 함께하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오는 10월 개최하는 여성리더스포럼에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을 '파워 K-우먼'으로 선정합니다. 인종·국경·장애 등 경계를 극복하고 도전하고 무너뜨린 인물들을 '파워 K-우먼'으로 정했습니다. 차별에 위축되거나 경계에 갇히지 않고 맞서 싸운 사람들의 가치를 널리 알려 청소년과 여성 등에게 새로운 리더십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친 세상에 위로를 주고, 누군가의 롤모델로 자리 잡아 공동체가 다시 나아갈 힘을 줄 것입니다.
일시 2022년 10월 19일(수) 오전9시~오후 5시20분
장소|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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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인플루언서’(Good influencer)


6년 전 디즈니영화사 배급팀에서 디렉터로 일하던 백양희에게 갑자기 이 단어가 떠올랐다. 당시 백양희는 배급팀 디렉터로서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미국 대기업의 미디어 전략에 따라 디즈니 영화의 배급 전략을 정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분명 일은 재밌었다. 인정받고 있었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그런 만큼 가슴 한 켠의 빈자리는 더욱 커졌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8년 가까이 종사하고 있어서 한국에 들어와 K-POP이나 드라마 등을 다뤄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에 빠졌다." 두 여성을 만나며 백양희 인생은 전환점을 맞았다. 작가 출신의 아네스 안과 캘리포니아 디자인 회사 등에서 근무한 디자이너 원빈나다.

아네스 안을 처음 만난 자리는 성공한 코리안 아메리칸의 삶을 조명하기 위한 인터뷰 자리였다. 업무로 만났는데 둘은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수다를 떨었다. 화제가 미국 생리대로 이어졌다. 둘은 "미국 유기농 생리대 시장을 공략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생리대 시장은 몇몇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고 성분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여성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승산 있는 사업이었다. 아네스 안이 백양희에게 사업을 제안했다. 굿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었던 백양희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아네스 안과 원빈나가 준비하던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창업해도 망하는 게 스타트업인데 사회에서 만난 여성들끼리, 경험하지 못한 업종에서의 창업은 모험일 수밖에 없었다. 위험한 시작이었지만 여성들을 위한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백양희의 가슴은 뛰고 흥분되기 시작했다. 백양희는 "작은 시작이지만 여성들을 위한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고 흥분되기 시작했다"며 "지금까지 이어 온 커리어와 전혀 다르지만 도전하고 싶다는 영감을 받아 작가, 디자이너와 함께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낯섦은 두려움과 같이 간다. 백양희는 달랐다. 이민할 때부터 그랬다. 은행원이던 아버지가 뉴욕으로 발령받자 중학생 백양희도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갔다. 한국에선 인기도 많았던 학생이었는데 한순간에 영어를 잘 못 하는 이민자이자 인기 없는 학생이 돼 버렸다. 사춘기도 겹치면서 솔직히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민자의 설움은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극복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처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친구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서울대에 들어가고 다시 하버드대학교 MBA(경영학석사)를 마쳤다. 백양희는 "어린 마음에 하버드대만 가면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줄 알았는데 목표하던 할리우드에서 일하려면 900명의 학생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했다"며 "그때마다 ‘남들보다 두 배 더 하면 되지’라는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꾸준히, 치열하게 준비하면서 미국 사회에 적응했다"고 말했다.

공동창업자와의 우정이 위기 극복 원동력…"여성이 자부심 가지고 다닐 회사 만들고 싶어"

여성포럼 인터뷰_백양희 라엘 대표./제공=라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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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엘’을 창업하면서 백양희는 대표가 됐다. 회사 운영은 긍정적인 생각만으로는 되지 않았다. 사업 초기에는 자금부족에 달렸다. 불안함과 초조함이 밀려왔다. 투자자들 앞에서는 자신감과 확신을 줘야 했다. 겪어보지 못한,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던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공동창업자였던 아네스 안과 원빈나와의 우정이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 백 대표는 "어디 가서 힘든 이야기를 할 곳이 없을 때 이들과 ‘잘 될 거야’하며 의기투합하고 마음을 다잡았다"며 "이렇게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현재 아네스 안은 라엘의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원빈나는 제품총괄책임자(CPO)를 맡고 있다. ‘라엘’은 미국 스타트업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17년 아마존을 통해 유기농 생리대를 판매한 지 6개월 만에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탐폰, 팬티라이너, 여드름 케어 제품, 클렌저, 토너 등 여성의 청결 및 피부 관리 등에 관여할 수 있는 모든 제품군에 도전하고 있다. 정기 구독하는 회원도 10만명에 이르고 매출은 그 사이 8배가 증가했다. 최근에는 신세계의 벤처캐피탈 회사 등으로부터 3500만달러(약 487억원) 규모의 ‘시리즈B’(개발을 지나 비즈니스의 빌드업 단계) 투자도 받았다. 백 대표는 요즘도 일주일에 100시간 정도 근무하고 있다. 뉴스를 볼 때도 영화를 볼 때도 ‘사업에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고 있다.


백 대표는 "라엘의 목표는 단순 생리대 회사가 아니라 여성의 평생을 함께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미국 본사 전체 직원 40명 가운데 36명이 여성이다. 직원마다 권한을 부여한 후에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도록 한다. 백 대표는 "이 과정에서 기대 이상 성장하는 직원들이 있다. 여성들이 이 회사에 다닐 때만큼은 좋은 경력과 값진 경험을 가져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 대표의 최종 목표는 여성들의 건강권 보장이다. 미국은 지금도 생리대 살 돈이 없는 이들이 많다. 캘리포니아주는 공공학교에서 생리대를 휴지처럼 무료로 공급하는 법안을 만들기도 했다. 라엘도 기업 차원에서 여성 노숙자와 미혼모에게 생리대 등을 기부하고 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의 월경권에 관심 가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백 대표는 "누구든지 돈이 없어도 생리대나 탐폰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아직 한국의 정부에선 그런 움직임이 적다고 들었다. 우리가 함께 여성의 월경권에 관심 가져준다면 여성들이 건강을 잃지 않고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하버드 MBA ▲보스턴컨설팅 그룹(BCG) 컨설턴트 ▲디즈니 영화사 배급팀 디렉터 ▲라엘 창업자 겸 대표이사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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