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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3억 논란]청와대 국민청원까지...증시 뜨거운 감자 '대주주 3억'

최종수정 2020.10.29 11:20 기사입력 2020.10.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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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서울에서 전세값 3억짜리 집을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는데 대주주 기준이 3억원이라니요. 대주주란 단어 어감에 맞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금액으로 요건을 바꿔야 합니다."


주식 양도세를 내야하는 대주주 요건 변경 소식을 접한 이른바 '동학 개미'들의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연말을 기점으로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겠다는 엄포까지 놓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29일 정부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대주주로 분류되는 주식 보유 기준이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현재는 특정 종목의 지분율을 1%(코스피 2%) 이상 보유하거나 보유액이 10억 원을 넘으면 대주주로 분류하지만 내년부터 이 기준이 대폭 낮아지는 것이다.


올해 연말 기준 대주주가 내년 4월 이후 해당 종목을 팔아 수익을 올릴 경우 22~33%(지방세 포함)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여기에 주식 보유액에 대한 계산을 할때 당사자는 물론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배우자와 부모ㆍ조부모ㆍ외조부모ㆍ자녀ㆍ친손자ㆍ외손자 등 직계 존비속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산한다. 자녀들이 부모님께 드리는 안부전화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꼭 확인할 필요가 생긴 셈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까지 올라왔다. 이 청원의 동의는 21만명을 넘어섰다. 작성자는 "대주주 3억원 요건에 대한 폐지 또는 유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기재부 장관의 해임을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썼다. 그는 "동학개미들의 주식참여에 어려운 경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전 정권에서 수립된 대주주 3억원 건에 대해 국민의 여론과 대통령의 개미투자자들 주식참여 열의를 꺾지 말라는 당부에도 기재부 장관은 얼토당토않은 대주주 3억원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대주주 요건 변경을 그대로 밀어부치고 있다. 다만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이 나온 대주주 가족합산을 개인별로 바꾸는 수정안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가족합산 규정을 개인별로 전환할 경우 양도세 부과 보유금액 기준선이 6억~7억원 정도로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대주주 범위 3억원 기준을 고수하는 이유는 '과세형평성'과 '정책신뢰도'에 있다. 홍남기 장관은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기준 변경은)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형평 차원에서 이미 예고했고, 시행령 개정이 돼있어 예고한 정책을 거꾸로 돌리는 것은 정책 신뢰성과 과세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법령 개정을 통해 대주주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당시 정부는 상장회사 대주주 기준을 기존 25억원에서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 등으로 매년 낮추도록 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과거에 비해 경제 규모가 커졌는데도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고수하는 것은 10년간 박스권을 벗어나 이제 막 3000선을 향한 도약을 준비하는 시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비판이다. 특히 올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증시를 받쳤던 동학개미들의 투심이 약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개인투자자들의 보유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2월 코스피ㆍ코스닥 시장에서 평균 2조4523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특히 대주주 요건이 강화됐던 해에는 더 많은 순매도 규모를 보였다.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대주주 기준이 강화된 2017년에는 5조1317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요건이 강화되면서는 4조8230억원을 순매도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특정 종목의 주식을 '3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보유한 주주는 8만861명이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금액은 41조5833억원으로 전체 개인투자자 보유 주식 총액인 417조8893억원의 약 10% 수준이다. 올해 동학 개미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거셌던 점을 고려하면 변경된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주주는 작년보다 크게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면 대상 투자자들이 더 많아져 연말 순매도 규모는 이전보다 더 크게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말을 기점으로 세금을 피하기 위한 물량이 시장에 나온다면 주가 충격은 불가피 해보인다"며 "가장 큰 문제는 이후에도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계속 찾을 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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