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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경호원의 잇단 ‘입틀막’에
‘셧업’ ‘말 달리자’ 노래 가사 떠올라

이재익 소설가·SBS 라디오 PD

이재익 소설가·SBS 라디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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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틀막. 입을 틀어막는다는 문장의 줄임말이다. 크게 두 가지 경우에 쓰이는데, 놀라운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벌어진 입을 가리는 경우와 다른 사람이 말하지 못하게 입을 막는 경우다. 커뮤니티 댓글에서나 보던 이 단어가 요즘 뉴스 제목에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후자의 의미로.


제일 처음 나온 입틀막 장면은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였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고 계속 말을 거는데,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의 제지로 거리가 멀어지자 이렇게 외쳤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대통령님. 국정 기조를 바꾸셔야 합니다.”

그러자 경호원이 강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고 행사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대통령실에서는 경호 차원의 조치라고 했는데 강 의원이 어떤 위협에 해당하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설령 경호상의 조치가 필요한 일이라 해도 입을 틀어막고 끌고 나간 대처가 적절한 걸까? 대통령실에서는 적절하다고 확신한 것 같다. 불과 한 달 후 똑같은 대처를 한 거 보면 말이다.

이번 달 1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졸업식에서 축사하던 윤 대통령에게 연구개발(R&D)예산 삭감과 관련해 소리치며 항의하던 졸업생이 경호원들에게 입이 막힌 채 끌려 나갔다. 그가 특정 정당에 소속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관점도 있는데, 부인할 수 없는 사실관계는 이러하다. 그는 그 자리의 주인공인 졸업생이었고 대통령은 축하 손님이었다. 손님을 모시고 온 사람들이 주인의 입을 틀어막고 끌어낸 꼴이다. 게다가 그 졸업생이 무슨 틀린 말을 했나? 우리나라 공학의 본산인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졸업생의 외침은 백번 공감 간다. 이 학생이 오물을 투척했나 계란을 던졌나? 설령 그의 외침이 무례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입틀막?


세 번째 입틀막 사건은 이보다 먼저 벌어졌으나 뒤늦게 알려졌다. 이번엔 의사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지난 1일 의료개혁 민생토론회에 입장하려다가 역시 입을 틀어막힌 채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들에게 강제로 끌려 나갔다. 임 회장은 결국 체포되어 밤늦게까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러니까, 대통령실 경호처의 입틀막 조치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국회의원도, 대학원 졸업생도, 소아과 의사도 평등하게 입을 틀어막혀 끌려 나갔다. 방송국 PD인 나도 이 칼럼을 지면에 싣지 않고 소리 내어 외쳤다면 입틀막을 당했을지 모른다. 뭐, 비슷한 경험이 한 번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충격은 조금 덜 것 같다.


답답한 마음을 달랠 노래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셧업(Shut up)’. 닥치라고 주문처럼 반복하는 보컬이 매력적이다. 이름처럼 통통 튀는 뉴웨이브 펑크 그룹 ‘팅팅스(Ting tings)’의 ‘셧업 앤 렛미고(Shut up and let me go). 병맛 충만한 뮤직비디오는 취향을 많이 탈 텐데, 노래만큼은 꼭 들어보라고 추천해 드린다. 제일 듣고 싶은 노래는 이거다.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가만있어.’

듣고 싶은 노래가 아니라 부르고 싶은 노래였나보다. 청와대 앞에서 부르면 입틀막 당할 것 같으니, 홍대 코인 노래방에서라도 소리 높여 부르고 싶다.

우리는 달려야 해. 거짓에 싸워야 해. 말 달리자!

이재익 소설가·SBS 라디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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