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12일 사저에 도착해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을 통해 자기 생각을 알렸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저를 믿고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을 승복하지 않고 항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마치 아널드 슈워첸예거가 열연한 영화에서 미래에서 로봇 터미네이터가 시뻘건 쇳물에 몸이 녹아내리는데도 "아일 비 백(돌아오겠다)"이라고 악담을 퍼붓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야권이 "헌재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것이냐"면서 "승복 메시지를 즉각 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진실은 밝혀진다'는 발언은 검찰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해석의 방점은 여러 곳에 찍힌다. 하나는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만큼 향후 검찰 수사와 형사 재판 과정에서 강력한 법적 투쟁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데 있다. 다른 하나는 검찰의 칼 끝 수사를 무디게 하려는 대외 과시용 이라는 해석에 찍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를 앞두고 물증 확보를 위해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은 설득력이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몇 개월간 대한민국이 겪은 대혼돈과 갈등, 대립을 치유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할 수 있다. 사과 없는 메시지는 분노의 불을 지폈을 뿐이었다. "힘들겠지만 국민이 통합해 대한민국을 지켜달라" 호소하는 게 도리였다. 억울한 심정은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헌재의 결정조차 승복하지 않는 것은 헌법 최후의 수호자의 모습과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다. 박 전 대통령은 "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다" 한 자기 말을 되새기고 실천하길 바란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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