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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세종시 새 문화 만들기 공무원들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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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잘 모르겠습니다. 가서 물어보세요.”

지난 26일 처음 내려간 정부세종청사에서 경비원에게 기자실이 있는 국토해양부 건물이 어디인지 질문하자 얻은 답이었습니다. 국토부가 청사 6동과 5동 공간을 나눠 쓰고 있어서 물어본 것이었는데, 추가로 몇 분의 경비원을 더 찾아 물어도 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결국 대변인실로 전화 연락을 해서야 위치를 알게 됐습니다.
점심식사를 위해 10분이 넘게 소형버스를 타고 달려간 한 식당. 종업원 아주머니께서 저희 일행에게 “왜 예약보다 손님이 더 왔지요? 사람 수에 맞춰서 반찬 미리 챙겨놨는데, 더 놔야 하지 않아요?”라며 따지듯 물어봅니다. 두어 명 더 가서 벌어진 일입니다.

서울의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이들은 이런 솔직함과 투박함에 익숙치 못합니다. 얼굴을 붉힐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느 시골에서 느낄 수 있는 태도여서 반가움이 더 앞섰습니다. 투박함 속에 감춰진 잔정을 도시인들은 접하기 힘들겠으나 이곳에는 남아있는 것이었으니까요.

서울에서야 어디를 가도 고객 또는 손님의 말은 하느님처럼 떠받들어줍니다. 물론 정성 있어 보입니다만, 조금 더 들어가보면 그래야 ‘대접받아 기분 좋은’ 고객이 지갑에서 돈을 더 꺼내기 때문 아닐까요.
세종시에서 접한 두 부류의 분들은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다”가 확실했습니다. 정말로 모른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얘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로 서비스 교육을 받아보지 않은 분들의 솔직한 태도 아닐까요. 세종시로 바뀌기 전 그곳에서 토박이로 살아오며 터득한 인심이어서 정겹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세종시에는 없는 게 많다는 것이 흠입니다.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차라리 있는 걸 꼽아보는 게 더 나을 정도입니다. 세종청사의 예만 해도 넓은 곳에 편의점은 4동 건물에만 한 곳이 있습니다. 6동에서 매점을 다녀오려면 건물마다 연결된 구름다리를 몇차례씩 건너야 하는데, 먼 곳에서는 왕복 30분 이상이 훌쩍 더 걸립니다. 불편함이 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세종시에 없는 것을 하나씩 채워가는 주체는 현지인이 아닌 외부인이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심은 세종청사에 입주했고, 입주할 공무원들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이들 공무원은 지금 새 정부에서 조직을 끌어안을 장관과 차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문을 열었지만 실질적으로 세종청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여는 것은 이번에 임명된 장·차관들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국정 업무도 잘집행해야 하지만 이들은 세종시 시민으로서, 세종시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역할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공무원들이 빨리 내려올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 것이 한계입니다. 차례차례 정부조직이 세종시로 건너가겠지만 통째로 보금자리를 옮겨가는 이들은 아직 많지 않아서입니다. 투박한 현지인들과 어울려가는 공무원들이 늘어나면 세종특별자치시는 좀더 세련된 도시로 변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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