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부동산PF '옥석가리기' 본격화
건설업계 "늦었지만 옳은 방향" 환영하면서도
"투자금 미회수땐 기업 타격…손실 최소화해야"
건설업계는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대책'에 대해 13일 "부실 사업장 정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업이 투자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태영건설과 같은 부실기업이 다시 수면 위에 드러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금융당국은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분류를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고, 6개월 이상 연체된 PF 채권은 반드시 3개월 이내 경·공매를 진행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그간의 대책이 부실 사업장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정리 또는 재구조화로 방향을 바꿨다.
방향은 옳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어려운 PF 사업장까지 한 번에 정상화하기는 어렵기에 옥석 가리기 형태의 정책이 나온 것 같다"며 "사업성이 우수한 사업장부터 자금을 공급해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 건설사 관계자는 "다소 모호했던 평가 기준에 세부 항목이 추가되며 세밀한 사업성 검토가 가능해진 만큼 과거 '악화 우려' 등급으로 묶여, 사업성 재검토가 아예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던 부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이번 방안 안에 악화 우려 등급을 현재 '유의'와 '부실 우려'로 구분했다.
다만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시공사와 신탁사 등의 자금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C 건설사 관계자는 "부실 사업장 정리는 결국, 돈을 빌려준 대주단에서 경·공매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며 "대주단은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대출금만 확보하면 싼값에 용지를 팔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경우 시행사, 시공사 등은 사실상 투입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 건설사 관계자도 "수주를 위한 입찰 보증금 등 사업 진행을 위한 자금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부실 건설사 수면 위로…지방 건설사 위기
E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장의) 거품을 빼는 과정이지만, 손실 규모가 클 경우 부실기업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나올 수도 있다"며 "이들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금융지원 등의 실효성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요 입지의 사업장보다는 지방 비우량 사업지를 다수 보유한 기업일수록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건설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개별 사업장과 연계된 건설사의 상황은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답했다.
건설사와 금융사 등 사업 주체 간 이해조정이 어려워, 소송 등으로 사업장 정리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F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 평가 기준을 세분화했지만, 사업성이라는 것은 어제·오늘 다른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안 자체가 돈이 걸려 있어 서로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고, 이런 사안은 단번에 해결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 랩장은 "장기적으로는 부실 자산과 재구조화가 필요한 사업장, 정상 사업장이 분리되며 부동산시장의 인허가, 착공 감소 우려를 줄이고 향후 부동산 공급시장 개선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라면서도 "이 과정에서 사업 주체 간 이해조정에 어려움이 큰 만큼 정부당국이 사업성 평가 진행의 투명성과 과정, 결과를 잘 모니터링해 면밀하게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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