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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현금 달라는데"…고물가에 시름 깊어지는 가정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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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장난감과 어버이날 선물 동시 준비
5월 경조사 겹치면서 더 힘겨운 가정경제

#직장인 전소정씨(30)는 5월 들어 조카 장난감 선물과 어버이날 선물을 동시에 준비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매일 편의점에서 1만원씩 쓰던 간식비를 5000원으로 줄이고 이번 달은 영어 회화 강좌 수강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래도 주머니 사정이 쪼들리자 전씨는 어버이날 용돈 액수 30만원을 15만원으로 줄였다. 전씨는 "올해 용돈 액수는 워낙 소액이다 보니 현금 대신 스카프를 선물로 드리려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0년 차 직장인 박모씨(35)는 어버이날 형과 각각 50만원을 모아 부모님께 전달한다. 올해도 용돈을 이체하라는 형의 연락이 왔지만 결혼식 등 경조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현금 부족으로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 박씨는 형에게 양해를 구하고 올해는 용돈을 30만원만 드리기로 했다.

서울 남대문시장 꽃상가를 찾은 시민들이 카네이션 등 꽃을 고르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 DB]

서울 남대문시장 꽃상가를 찾은 시민들이 카네이션 등 꽃을 고르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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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은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외식 물가부터 카네이션 꽃값까지,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가정의 달 선물이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10대부터 50대 이상 개인회원 4784명을 대상으로 가정의 달 맞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81.3%)은 기념일 소비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73.9%는 선물을 위한 지출에 부담감 느꼈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가 급상승하면서 서민 부담도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2.9%)을 넘어섰다. 외식물가는 35개월째 소비자물가 평균을 웃돌고 있다. 원재료 가격 인상 여파로 의류와 신발 물가 역시 전년 같은 달보다 5.4% 오르며 가정의 달 지출 부담에 한몫을 더 하고 있다.

카네이션 꽃값도 전년 대비 대폭 뛰었다.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거래된 카네이션 1단의 도매가격은 8505원으로 전년 동기(6090원) 대비 39.7% 올랐다. 도매가가 급등하면서 해당 기간 거래된 카네이션 총 수량(3만9217단)도 전년 같은 기간(6만6153단)보다 40.7% 줄었다.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선물 비용을 절약하는 '꿀팁'까지 공유되고 있다.


8일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어버이날 선물 용도로 화장품과 마사지 기계, 생화 꽃다발 등 각종 물품을 판매하는 글이 게재됐다. 선물로 건넬 현금을 담는 용돈 박스 등 각종 이벤트 물품도 고루 거래되고 있다.


8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어버이날 관련 선물 판매글이 게시돼있다. [사진=이지은기자]

8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어버이날 관련 선물 판매글이 게시돼있다. [사진=이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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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은지씨(30)는 "부모님께 선물로 드릴 현금을 담을 풍선 박스를 중고마켓에서 돈 주고 샀다"며 "이벤트용으로 잠깐 쓰고 버릴 물건에 몇만 원씩 들이기 아깝다. 지난해는 방아쇠를 당기면 하늘로 지폐가 발사되는 머신건을 헐값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시대에는 소비자들이 실용주의적인 선물을 택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설명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외식물가가 지난해보다 3% 올랐다고 하지만 지난해에도 이미 전년 대비 물가가 상당히 많이 올랐던 상황"이라며 "고물가로 삶이 각박해지면 외식과 꽃보다는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모두 실용적이라 느낄 만한 선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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