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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파묘 열풍①]인니, 사상최대 흥행 한국영화 파묘, 무당에 열광하는 동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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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화 '파묘' 열풍이 잦아들 줄 모른다. 국내 관객 1000만 명 돌파는 시작이다. 해외에서 기세가 등등하다. 특히 동남아시아 반응이 뜨겁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에서 기념비적 성과를 내고 있다. 다음 달 개봉하는 인도, 라오스, 홍콩, 캄보디아 등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 기이한 현상이다. '파묘'는 지극히 한국적인 작품이다. 풍수지리, 무당, 도깨비, 쇠말뚝 등이 이야기를 뒷받침한다. 배경으로 16세기 임진왜란도 나온다. 해외 관객이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자막으로 몰입도 방해한다. 비일치성은 인식의 가장 기본적인 제약이다. 실상은 딴판이다. 언어·문화 차이가 흥행 허리를 조금도 끊지 못했다. 오히려 보편적 가치를 연결하는 신선한 요소로 작용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해외 배급·극장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파묘'는 어떻게 쇠보다 질긴 젖은 나무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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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다. 27일까지 26일 동안 관객 220만 명을 동원했다. 기존 최고 흥행작 '기생충(2019·약 70만 명)'을 훌쩍 넘었다. 1분기 박스오피스 성적은 2위. 1위는 로컬 영화 '조금 달라(Agak Laen)'다. 공포 코미디물로, 역대 인도네시아 박스오피스 2위까지 올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공포·오컬트 영화 인기가 높다. 역대 박스오피스 10위권에 1위 '크큰(KKN di Desa Penari·2022)'을 비롯해 네 편이 이름을 올렸다. '조금 달라'를 제작한 어니스트 프라카사는 미국 영화 매체 데드라인에 "(인도네시아에서) 공포 영화 흥행은 쉬운 일이다. 실패할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달라'의 흥행 요인은 일정한 형식에 담은 새로운 재미와 경험"이라고 자평했다.

'파묘' 흥행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오컬트 틀 안에서 한국적 신앙·역사·전통·사상이 신선한 재미로 받아들여졌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일부 권역에 '파묘'를 배급하는 퍼플플랜의 바이올렛 콴 대표는 아시아경제와 단독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특유 신앙과 관습으로 오컬트와 초자연적 미신에 친숙하다. 전역에 다양한 미신이 퍼져있다"며 "몇몇은 한국과 흡사해 이입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두쿤(Dukun)이 대표적인 예다. 영적 세계와 교류하며 전통적 공동체를 치료하고 수호하는 주술사다. 날씨를 바꾸거나 화산 활동을 억제한다고 여겨져 왕실 등에 고용됐다. 콴 대표는 "인도네시아의 무당이라 볼 수 있어 '파묘'의 이화림(김고은)과 윤봉길(이도현)을 이해하는 바로미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 의상을 입은 중년의 남성·여성이 대부분인데 '파묘'에선 젊고 세련된 이미지로 그려져 젊은 관객들이 크게 호응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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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플랜은 풍수와 무속 개념이 어우러진 설정에 매료돼 판권을 구매했다. 콴 대표는 "몇 분에 불과한 프로모션 영상에서 다른 영화에서 보기 드문 섬뜩하고 폐쇄적인 공포·불안을 감지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좋은 성적을 낼 줄 알았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신선한 기획과 정교한 설계는 인도네시아 영화인들도 인정하는 바다. 조코 안와르 감독은 현지에서 네 번째로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 '사탄의 노예 2: 성찬식(2022)'의 연출자다. 그는 '파묘'에 대해 "통렬한 각본과 강력한 연출·연기가 돋보이는 공포 영화"라며 "점프 스케어(크고 무서운 소리와 함께 장면 등을 전환해 관객을 놀라게 하는 기법)와 슬로우 번(공포 요소를 차근차근 등장시키는 연출 기법) 없이도 긴장을 조성한다. 판타지 요소를 배제하지 않는 스토리텔링도 성숙하다"고 극찬했다. "인도네시아 상영 자체가 고무적"이라며 "이제 우리 관객도 지적인 공포물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퍼플플랜의 판권 구매에는 한국 배우들도 영향을 미쳤다. 콴 대표는 "김고은과 이도현은 한국 드라마로 인도네시아에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영화관 관객이 계속 젊어지는 추세라서 홍보 등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구매자로서는 최민식과 유해진에게 주목했다. 검증된 연기로 영화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고 짐작할 수 있었다"며 "양질의 작품임을 증명하는 결정적 근거"라고 치켜세웠다.


판권을 사들이고 가장 공들인 작업은 자막 번역이다. 퍼플플랜은 인도네시아에 없는 풍수지리 등 관습을 현지의 비슷한 풍습으로 대체했다. 이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에게 검수도 받았다. 문제는 상영관 확보였다. 여건이 그다지 녹록하지 않았다. 지난 4년간 한국 영화들이 고전해 주류에서 밀려난 까닭이다. 실제로 '파묘'는 개봉일에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했다.


콴 대표는 "아무리 대중성이 확인된 영화라도 박스오피스 상황 등 갖가지 이유로 와이드릴리즈(광역 상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현지 관객에게 익숙한 점프 스케어가 없고 이야기 호흡 또한 느린 편이라서 상영관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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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스케어는 동남아시아 공포 영화에 꼭 등장하는 연출 기법이다. 현지 극장이나 언론에서 빠지면 심심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고정관념을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한국 사례를 빗대어 천천히 긴장을 고조시키는 공포 영화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현지 영화 시장에 '현재 공포 영화의 대세가 무엇이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현지 유명 감독과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공포·오컬트 영화의 다른 방향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였다."


인식 전환으로 샘솟은 호평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삽시간에 입소문이 났다. 사나흘 만에 상영관이 대폭 확대되는 호재로 이어졌다. 이제는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파묘'는 며칠 뒤 공개된 베트남에서 사흘 만에 관객 63만 명을 동원했다. 최근 개봉한 태국에서도 개봉 첫 주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포문을 연 콴 대표는 기쁨과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 산간벽지 마을에서도 '파묘'가 상영되더라. 많은 관객과 한국 문화를 공유해 너무나 뿌듯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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