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니 실적도 날개…호실적 이어가는 K-바이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꾸준한 투자가 실적 개선이라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전통 제약회사는 자체 개발한 신약이 국내외 매출 증대를 끌어냈고, 기술수출을 통한 실적 확대도 이어졌다.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는 생산시설 확충을 통해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3753억원, 영업이익 1226억원의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보였다. 회사 측은 "국산 신약 '펙수클루', '엔블로' 등이 포진한 전문의약품과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지속적인 성장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2022년 출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펙수클루(누적 매출 720억원)와 나보타(1470억원)가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SK바이오팜 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기존의 흑자 전환은 라이선스 등 일회성 수익에 힘입은 것이었다"며 "이번 흑자 전환은 판매 매출의 신장을 통해 달성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종근당 과 한미약품 은 대형 기술수출이 매출에 날개를 달아줬다. 종근당은 신약후보물질 기술 수출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246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늘었다. 사르코-마리-투스병 및 심방세동 치료제로 개발 중인 'CKD-510'을 지난해 11월 노바티스에 기술 수출하고 받은 계약금 8000만달러(약 1066억원)가 기여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조4909억원의 매출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MSD에 기술수출한 지방간염 치료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 2b상 진입에 따른 마일스톤과 자체 개발한 개량·복합신약의 성장이 호실적에 기여했다.

올해도 신약 판매를 통한 매출 성장 사례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은 오는 29일 자가면역질환 치료 신약 '짐펜트라'를 미국 시장에 내놓는다. 회사는 짐펜트라가 미국에서만 올해 6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증권가에서는 셀트리온이 올해는 짐펜트라와 바이오시밀러의 매출 기여를 통해 22.7% 성장한 2조563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유한양행 도 올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국내 판매가 본격화하면서 전통 제약사 중 처음으로 연 매출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의 올해 연결 매출액은 2조1574억원이 전망된다"며 "기저효과와 유한화학 증설, 렉라자 1차 치료 보험 적용 등으로 인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1바이오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지난해 최고 매출을 올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CDMO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다. 매출 3조6946억원, 영업이익 1조1137억원이다. 의약품 개발사인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창립 12년 만에 첫 연 매출 1조원 돌파라는 호실적을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과는 지속적인 생산력 확대 및 신규 플랫폼 확보 덕분이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용량(24만ℓ)의 4공장이 지난해 6월 완전가동을 시작하면서 하반기 들어 '분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 회사는 내년 4월 완공되는 5공장을 필두로 2032년까지 총 생산용량 132만4000ℓ를 구비한다. 플랫폼 면에서는 연내에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시설을 완공해 생산에 나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힘입어 올해도 10~15% 성장한 연 매출 4조원 이상의 실적을 기대한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