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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시]안드레아 페레로 개인전·황영성 초대전 '우주 가족 이야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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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안드레아 페레로(Andrea Ferrero) 개인전 '나는 평생 권력을 두려워했다 All My Life I've Been Afraid of Power' = 갤러리신라 서울은 국내 최초 '식용 건축물 조각' 전시를 선보인다. 멕시코 예술가 안드레아 페레로(Andrea Ferrero)의 개인전 '나는 평생 권력을 두려워했다 All My Life I've Been Afraid of Power'를 통해서다.

Andrea Ferrero, All My Life I've Been Afraid of Power, white chocolate, dimension variable, 2023 [사진제공 = 갤러리신라 서울]

Andrea Ferrero, All My Life I've Been Afraid of Power, white chocolate, dimension variable, 2023 [사진제공 = 갤러리신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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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2023년 뉴욕 스위벨 갤러리에서 선보인 동명의 개인전에서 '먹는 건축 조각'을 통해 식민지 지배의 역학 관계를 살펴보는 몰입형 설치 전시를 선보였다. 언뜻 보기에는 단단한 분홍색 대리석으로 보이지만 화이트초콜릿으로 만들어진 기둥과 건축조각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내려온 뿌리 깊은 권력의 상징을 은유한다.


관객이 조각을 파괴하고, 소비하고, 소화하는 행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작가는 식민주의의 뿌리 깊은 유산을 총체적으로 대사하게 한다. 15세기부터 음식과 연회를 주제로 한 오페라의 장면은 일반적으로 유럽 궁정에서 정치적 권력과 자원의 과시를 의미했다. 이후 현대 부르주아 사회에서 새로 지배한 식민지의 이국적인 신 식량과 희귀한 물건을 과시하는 호화로운 연회로 이어졌다.

Andrea Ferrero, All My Life I've Been Afraid of Power, white chocolate, dimension variable, 2023 [사진제공 = 갤러리신라 서울]

Andrea Ferrero, All My Life I've Been Afraid of Power, white chocolate, dimension variable, 2023 [사진제공 = 갤러리신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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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로의 작품들은 건축과 식사 의례에서 과도한 화려함이 어떻게 정치적 통제의 표시이자 전략적 힘의 유희로 작용하는지를 반영한다. 작가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식민지 이데올로기의 지속적인 징후에 일시적이고 달콤한 ‘사치품’과 ‘잔치’로 맞서면서 역사의 재연을 조율한다. 작가는 멕시코시티에 거주하며 권력의 도상과 그 도상과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로 최근에는 스펙터클로서의 음식, 권력의 단계로서의 식사 의례, 건축 및 의례 미학과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그는 먹고, 소화하고, 대사하고, 배설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식용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유머와 허구를 통해 식민지 시대의 유산에 도전한다. 갤러리신라 관계자는 "한국 미술 시장의 팽창으로 인해 느꼈던 '예술 피로감'을 씻어내고, 시장에 의해 우리가 잠시 망각했던 '컨템포러리 정신: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다시 찾아볼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30일부터 12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신라 서울.


단 하나의 열매를 위하여 For the Sake of a Single Fruit, 2023, 캔버스에 아크릴, 162.2 × 388 cm [사진제공 = 갤러리조선]

단 하나의 열매를 위하여 For the Sake of a Single Fruit, 2023, 캔버스에 아크릴, 162.2 × 388 cm [사진제공 = 갤러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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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영 개인전 '후르츠(Furutsu) = 갤러리조선은 최가영 작가의 개인전 '후르츠(Furutsu)'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열대 식물의 생존법을 거울로 삼아 현실과 이상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전시 제목 ‘후르츠’는 과일을 뜻하는 Fruits의 일본식 발음 フル?ツ를 옮긴 것으로 과일 통조림 ‘후르츠 칵테일’과 종합 과일 젤리 ‘후르츠 믹스’처럼 후르츠가 과일의 풍미를 흉내 낸 가공품의 이름으로 불리는 데서 착안했다. 전시의 ‘후르츠’는 과일 대신 현실이 갈망하는 특정 시공간이나 대상에 대한 환상 속 이미지를 흉내 내며 살아가는 존재들과 그들의 생존법을 아우르는 표현으로 쓰인다.

작가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열대의 낭만을 맛보기 위한 과일이나 그런 풍미의 가공품, 환상으로 만들어진 이국적 정서 재현을 목적으로 열대 식물이 사용되는 모습을 통해 연출된 환상을 위한 장식으로써 혹은 그 주변부에 위치해 온 대상들의 초상을 회화로 선보인다. 작품 속 열대 식물은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달콤한 풍미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도록 고채도로 그려져 있지만, 당도가 높아 보이는 저 빨간 열매를 깨물면 혀끝에 과육의 끈적한 단물보다 합성 착향료의 공허한 향만이 남을 것만 같은 기이한 상상으로 이끈다.

블루하와이 Blue Hawaii, 2023, 캔버스에 아크릴, 80.5 × 117cm [사진제공 = 갤러리조선]

블루하와이 Blue Hawaii, 2023, 캔버스에 아크릴, 80.5 × 117cm [사진제공 = 갤러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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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스튜디오에서 작업 당시, 작가는 난초를 그리며 그의 성품과 기질을 배우듯 고채도의 껍질을 두른 열대 과일과 열대 식물의 초상을 그리면서 이들의 생존 방식을 관찰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들의 화려한 외형을 훑던 작가의 시선은 현실에서 이국의 환상을 연출하는 이미지로 소비되어 온 이 열대 식물들로부터 현실의 존재로 향했다. 앞서 작가는 지난 개인전에서 실제 경험보다 쉽고 빠르게 간접 경험을 택하는 사회 현상에 관한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경험해 본 적 없는 시공이나 대상이 실재한다고 믿게 만드는 현실 속 욕망의 메커니즘을 회화와 설치 작업으로 선보였다.


이번 전시 ‘후르츠’는 생존법이라는 카테고리로 열대 식물들의 생존 전략을 담은 초상을 거울삼아 비현실을 꿈꾸며 살아가는 현실의 모습을 관객과 함께 들여다보는 경험이 되고자 한다. 본 전시가 종료한 후에는 ‘후르츠‘와 연계하는 전시로 ‘후르츠푸딩(Furutsu Jelly)’이 12월 23일에 성수동의 전시 공간 오시선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전시는 28일부터 12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로 갤러리조선.

황영성, 큰 가족도, 1986, 캔버스에 유채, 194.9x259.1cm [사진제공 = 전남도립미술관]

황영성, 큰 가족도, 1986, 캔버스에 유채, 194.9x259.1cm [사진제공 = 전남도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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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성 초대전 '우주 가족 이야기' = 전남도립미술관은 황영성 초대전 '우주 가족 이야기'를 진행한다. 황영성 회화 세계의 주제는 ‘가족’으로 60여 년 화업에서 일관되게 이 화두에 천착해왔다. 작가는 가슴 속 근원적 그리움에 바탕을 두면서 세상과 화폭을 잇는 다각도의 시선과 조형적 변주로 가족을 다뤄왔다. 소박한 시골집 가족에서부터 대자연의 뭇 생명으로 확대되고, 마침내 삼라만상 천지 만물을 품어 안는 생명공동체의 ‘우주 가족’으로 확장된다.


작가의 작품세계 전반에는 예술적 자유로움과 자기 확장 의지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수업기에 접한 비정형 추상의 과감한 표현행위와 예술적 일탈, 다른 한편으로 남도 정서에 바탕을 둔 자연과의 교감과 감흥, 이후 본격적인 자신만의 회화 세계 탐구과정에서 점점 더 눈 뜨게 된 너른 세상과 만물 존재들의 공존의식, 뿌리를 두되 그에 매이지 않으려는 창작의 자유의지들이 어우러져 그만의 회화 세계를 이뤄왔다.


1960년대 자연소재를 감성적으로 풀어낸 호남 인상파류의 풍경화와 함께 빛과 색채의 흐름을 화폭에 녹여내는 인물화를 작업한 작가는 대상의 재현적 묘사보다는 그 회화적 분위기를 옮겨내는 데 우선한 작품을 주로 제작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서는 이와는 전혀 다른 회화 세계로 전환한 향토적 소재의 회색조 평면회화들이 주류를 이룬다. 토속적 삶의 체취와 더불어 시골 초가의 구조적 조형미를 단색조 흙벽의 마티에르로 즐겨 다뤘다. 이는 점차 초가에서 마을로 확장되고 1980년대 들어서는 너른 들녘을 조감하는 시점으로 변화하면서 녹색 주조색의 자연풍경과 동식물과 인간 삶의 무대가 한 화폭에 담기게 된다.

황영성, Family Story, 2007, 캔버스에 실리콘, 90.9x72.7cm [사진제공 = 전남도립미술관]

황영성, Family Story, 2007, 캔버스에 실리콘, 90.9x72.7cm [사진제공 = 전남도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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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1990년대부터 바깥세상으로 시야를 넓혀갔다. 유럽과 남미, 북미, 아프리카 등지 낯선 이국 여행과 잉카, 마야 등 고대문명 탐방을 통해 세상의 다른 모습들과 그 문화의 차이와 공통점들을 발견하고 만유공생의 세계관을 구체화했다. 이를 토대로 2000년대는 천지자연과 세상 만물이 저마다의 도상들로 하나의 만유공생 세계를 펼쳐내기에 이른다. 이 시기 다양한 재료와 묘법들은 모자이크식 단색조 캔버스 그림만이 아닌 종이 드로잉, 금속판 타출, 실리콘띠 구성, 미러볼 구성, 스티로폼 조형 등 매체와 조형기법에서 과감한 시도를 계속하면서 ‘우주가족’ 개념으로 확대해나간다.


작가의 평생 화업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공동체 세상을 향한 염원의 조형적 승화 과정이다. 정신적 근원에 대한 본성적 그리움뿐만이 아닌 이를 끊임없는 조형적 변주를 통해 확장성을 가진 독자적 회화세계로 펼쳐냈다. 그 지난한 창작 여로의 호흡을 고르는 최근작들까지 60여 년 화업을 반추하는 이번 전시는 한 화가의 만유공생 세계관과 평생화업의 대맥을 오롯이 음미하는 자리다. 전시는 내년 2월 18일까지, 전라남도 광양시 전남도립미술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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