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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남은 고철 반납하라는 포스코·현대제철, 지위로 시장 망가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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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전쟁]①
고철업체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거래 끝나”
제철사 “사실 무근…입찰 방식으로 구매”
공정위 “기회 박탈…불공정거래 가능성”

철강업계에서 치열한 고철(철스크랩)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철강 가공업체 사이에선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강재를 팔면서 “쓰고 남은 고철은 반납하라”고 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철을 모아 팔아 먹고사는 중소 고철업체들은 대기업이 시장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쓰고 남은 고철 반납하라는 포스코·현대제철, 지위로 시장 망가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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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고객사인 한 철강 가공업체 관계자는 “작년쯤 포스코인터내셔널 철스크랩 구매 담당자가 값을 잘 쳐줄 테니 열연 가공할 때 나오는 생철(生鐵)을 반납하라’고 말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공문 같은 문서를 보내지는 않지만 전화 등 구두로 이야기한다”는 설명이다. 생철은 열연을 절단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일종의 부스러기다. 가공과정에서 열연강판의 10% 이상이 생철로 변한다.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생철은 최고 품질 고철로 친다.


올해 포스코는 고철 확보를 위해 마케팅부서 팀장과 일부 직원들을 포스코인터내셔널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공업체 관계자는 “강제성을 띤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열연을 만들 수 있는 업체가 고로를 보유한 포스코와 현대제철뿐”이라며 “그쪽 요청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전기로 신설을 앞두고 있어 고철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4열연공장

포스코 광양제철소 4열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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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도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한 고철 수거를 늘리고 있다. 국내 최대 전기로 제강사인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사 수직계열화 전략 하에 현대차와 기아 공장에서 나오는 고철을 다시 받아왔다. 최근 들어선 현대차 1차, 2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반납 조건을 제시하면서 거래선을 확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 고철시장은 중소 고철업체의 가공업체에서 나온 고철을 사 다시 포스코 같은 철강사에 공급하는 구조였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직접 고철을 수거하면 중소고철 업체들이 설 곳이 줄어든다. 철강업체들이 기존 거래 방식을 바꾸면서까지 고철 확보에 달려드는 것은 전 세계적 과제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다. 철강업체들은 최근 일제히 전기로를 만들어 돌리기 시작했다. 전기로는 철강업체들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과도기적 대안이다. 전기로는 전기로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든다. 석탄이 주원료인 기존 고로(용광로)보다 탄소 배출을 75~80% 줄일 수 있다.


고철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제철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고철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중소 고철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 고철업계 관계자는 “열연을 살 수밖에 없는 업체들에 대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고철시장에 은근슬쩍 진입하고 있다”며 “대기업과 가격 경쟁을 벌이는 건 우리더러 죽으라는 얘기”라고 했다. 이어 “더 좋은 가격을 제시해서 사가는 게 시장 논리라면 경쟁이라도 해야 하는데 고철이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거래가 끝나기 때문에 시장 논리와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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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업체들은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때문에 기존 거래처들이 흔들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고철업체 대표는 “매달 고철 1000t이 발생하는 업체와 10년 넘게 거래해왔는데 대뜸 계약 해지와 선급금 회수에 관한 문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철업체 대표도 “선급금 수억원이 들어간 업체가 갑자기 거래처를 바꾸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현대제철 측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고철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업계의 불만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입찰 방식으로 고철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철 회수 조건으로 계약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은 자세한 계약 사항을 살펴보고 불공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조카르텔조사과 담당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처럼 시장지배력이 있는 회사가 고철을 시장에 풀리기도 전에 구매해 다른 기업들이 살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면 불공정거래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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