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 원인설…가연성 자재 탓에 화염 번져
기독교인 밀집지역서 참변
이라크 북부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 피로연 도중 발생한 화재로 최소 113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45분께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서쪽으로 335㎞ 떨어진 니네베주(州) 함다니야 지역의 한 예식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니네베주 당국은 이로 인해 숨진 사람의 수가 공식 확인된 것만 113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현지 국영 언론사들은 부상자 수도 최소 150여명이라고 전했다.
화재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라크 민방위군(ICDC)은 해당 예식장이 관련 법규를 어기고 가연성 소재로 외관을 꾸민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ICDC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이 날 경우 몇 분 만에 무너지는 고가연성, 저가 건축재를 쓴 탓에 이번 불은 예식장 일부의 붕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쿠르드족 방송사인 채널 루다우는 예식장에서 불꽃놀이를 위해 사용한 폭죽이 발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화상을 입은 한 남성 하객은 "피로연 행사 도중 폭죽을 이용한 불꽃놀이가 시작되면서 천장에 불이 붙었다"면서 "겨우 몇 초 만에 식장 홀 전체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해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했다.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예식장 중앙에 놓인 폭죽들이 터지면서 그 불꽃이 천장 샹들리에에 옮겨붙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유되고 있으며, 신랑·신부 사망설도 유포되고 있다. 또 건물 잔햇더미에서 생존자를 수색하는 구급대원들의 활동이 담긴 영상도 함께 올라와 있다.
사이프 알라드르 이라크 보건부 대변인은 "불행한 사고로 피해를 본 이들을 구호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150명에 달하는 부상자 중 상당수가 심각한 화상을 입었으며, 일부는 전신 50~60%에 화상을 입어 앞으로 사망자 수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화재가 발생한 지역은 무슬림이 대부분인 이라크에서 소수인 기독교인이 모여 사는 곳이다. 화재가 발생한 결혼식 또한 기독교식으로 치렀다. 이에 AP통신은 이 사고에 대해 "지난 20년간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의 표적이 돼 숫자가 줄어든 이라크 기독교인들을 덮친 또 하나의 재난"이라면서 "2003년 당시 150만명이었던 이라크 기독교인의 현재 수는 15만명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의 인구는 2021년 기준 4353만명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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