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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도체 재도약]①美가 무너뜨린 반도체왕국, 이젠 美 첨병으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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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미국의 中압박·공급망 구축 노력에 중추적 역할
생산시설 확보·뒤처진 기술 강화 기회로 활용

지난 18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미국, 한국, 대만, 유럽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7곳의 수장을 한 자리에 모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를 하루 앞두고 전 세계의 시선이 일본에 쏠려 있는 가운데 도쿄 총리관저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약속이 나왔다. 이 자리에서 미국 마이크론은 곧바로 5000억엔(약 5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화답했다. 글로벌 반도체 강국이라는 일본의 모습은 부각됐고, 마이크론은 2000억엔의 보조금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야말로 ‘윈윈’이다.


[日 반도체 재도약]①美가 무너뜨린 반도체왕국, 이젠 美 첨병으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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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일본 정부의 치밀한 계산 하에 연출된 장면이었다고 25일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지난 3월부터 글로벌 반도체 CEO와 기시다 총리의 만남을 기획해온 경제산업성이 회담 장소와 일정을 정하면서 연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심했다는 것이다. 기회를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 지으려는 일본의 노력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에서 네번째)가 글로벌 반도체 업체 CEO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에서 네번째)가 글로벌 반도체 업체 CEO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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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던 일본이 다시 한번 전성기로 재도약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이 국가 안보와 경제 차원에서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선 가운데 일본이 중추적인 역할을 도맡아 이를 자국 반도체 산업이 부활할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은 물론 한발 뒤처져 있던 반도체 기술까지 따라잡는 모습이다.

◆ 30여년 전과 다르다…미·중 갈등 기회 삼아 부활 모색

일본의 반도체 부활 발걸음에 신호탄을 쏜 건 미·중 갈등이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자 미국은 승기를 잡겠다며 반도체 굴기를 외치던 중국을 향해 압박을 퍼붓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동맹국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일본은 아시아 내에서 중국을 견제할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었다.


특히 한국과 대만에 쏠린 아시아 내 반도체 공급망을 분산할 필요성을 느낀 미국에는 일본의 존재가 더욱 중요했다.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미만의 최첨단 반도체는 모두 대만과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공격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한국은 주요 반도체 업체의 제조시설이 다수 중국에 있다. ‘동맹국’ 일본이 지정학적 이점을 누릴 수 있는 구조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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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일본 반도체 산업을 공격했던 30여년 전과는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다. 일본은 1988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의 51%를 차지할 정도로 반도체 최강국이었다. 1980년대 초반에만 해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왔던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은 동맹이 아닌 경쟁국이었고 위협 그 자체였다. 일본은 미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1986년 자국 반도체 시장을 일부 개방하는 반도체 협정을 맺어야 했고 결국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그랬던 미국과 일본은 이제는 중국이라는 최대 적을 고립시키고 공급망 구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첫 방일 당시 기시다 총리를 만나 반도체 확보와 첨단 반도체 연구 개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협정을 맺었다. 달라진 국제 정세와 산업 환경 속에서 일본은 미국이 깔아놓은 판에서 반도체 산업 부활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 생산시설 투자 ‘환영’…자국 기업 아니어도 "보조금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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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다른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구마모토현과 이바라키현에 반도체 생산과 개발 거점을 짓고 있다. 인텔은 반도체 패키징 공장 투자를 할 가능성을 내놨고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벨기에 imec는 연구센터를 세운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2021년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에 주력한 이후 관련 기업들이 발표한 일본 투자액이 총 2조엔을 넘어섰다"며 이를 바탕으로 2030년에는 일본 내 반도체 관련 매출이 현재의 3배인 15조엔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내놓는 투자 유치 미끼는 바로 보조금이다. 10년 이상 자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조건만 지키면 자국 기업이든, 글로벌 기업이든 보조금을 지급한다. 규모는 첨단과 범용 반도체 모두 설비 투자의 최대 3분의 1이며, 반도체 장비 및 소재는 최대 50%를 지원한다. 일본이 소재·부품·장비 업계에서 아직 주도권을 쥐고 있고, 도요타 등 자동차 제조업체나 소니를 비롯한 글로벌 전자 업체 등 반도체 주요 고객사가 다수 모여 있는 상황에서 보조금이 지급되면 비용 절감이 가능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투자 결정에 도움을 주게 된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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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일본 도쿄 인근 요코하마에 300억엔 이상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프로토타입(시제품) 라인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를 위한 거점이 신설될 경우 일본이 강점을 지닌 소재와 제조 장비 업체와의 공동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투자를 확정할 경우 투자액 중 100억엔 이상은 일본 정부에서 보조금으로 지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SMC의 경우 구마모토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를 공동 출자한 소니와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에 우선 공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TSMC 구마모토 공장 건설에 보조금 4760억엔을 지원했다.

◆ 美에서 초미세 공정 배운다…日, 기술력 강화 기회 활용

일본은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기술력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30년간 제조 기술 측면에서는 한발 뒤처졌던 만큼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인 초미세 공정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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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이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만든 일명 ‘반도체 드림팀’ 라피더스는 미 IBM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공정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벨기에 imec로부터 지원받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라피더스는 2027년까지 2나노 공정의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마이크론의 투자도 일본의 기술력 강화에 도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D램 생산 공장 투자를 발표하면서 일본에서는 최초로 EUV 장비를 도입해 생산 시설에 넣겠다고 밝혔다. 일본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마이크론과 일본의 협력은 동맹국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서로 협력할 때 경제적 기회와 안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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