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외이사 여성 비율 25%
앞으로 더 증가할 전망
여성 사외이사 50%↑ 기업 속속 등장
국내 주요 대기업의 이사회에 '여풍(女風)'이 불기 시작했다. 그 중심엔 여성 사외이사가 있다. 사외이사는 경영을 감시하고 대주주를 견제하는 외부의 전문가다. 이 사외이사 중 여성의 비중은 20%를 훌쩍 넘었다. 앞으로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여성 사외이사 시대의 개막이다.
아시아경제가 올해 1분기 말 시가총액 기준 국내 상장사 상위 100곳(금융회사 제외)의 '2022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는 총 444명, 이중 여성은 93명이었다. 약 21% 수준이다. 올해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를 보면 여성의 비율은 더 높아진다. 한국ESG평가원이 올해 정기주총에서 새로 선임된 100대 상장기업의 사외이사 187명을 전수조사해보니 여성 비율이 25%였다.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는 지난 2020년 7.9%, 2021년 15%로 증가해오다 지난해에 처음 20%대에 진입했다. 여성 사외이사의 숫자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이다. 이 법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 구성원의 성별 다양성을 의무화했다. ESG평가원은 "ESG경영 등 기업 평판에서 투자와 여론의 감점을 받지 않기 위해 기업들이 동조하고 있다"며 "여성 사외이사의 비중은 앞으로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법 때문에 여성 1명을 선임하며 '구색 맞추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50%가 넘는 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카카오, 삼성SDI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신선경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를 새롭게 선임했다. 이미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박새롬 UNIST 산업공학과 조교수,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교수까지 여성 사외이사는 총 3명이다. 전체 사외이사 4명 중 3명을 여성으로 채운 것이다. 삼성SDI도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새로 선임하면서 전체 사외이사 4명 중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다.
여성 사외이사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기업 이사회 문화를 바꾸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은 "여성 임원의 증가는 조직 내 다양성을 증진시키고 포용성을 향상시켜 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력 있는 여성 임원의 활발한 활동은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도 동기부여와 영감을 주는 등 매우 중요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런 변화에도, 아직 이사회에 여성이 진출하지 못한 기업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자본시장법이 사실상 여성 이사 선임을 의무화했지만 처벌 조항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CEO스코어의 지난 4월 조사에서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172곳 중 30곳(17.4%)은 여전히 사외이사 전원이 남성이었다. 자산 2조원 미만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는 기업은 8.2%에 불과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더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 우리 사회와 경제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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