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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총리 수난사]②제왕적 대통령 힘 빼려면…법적 개념 명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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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정권 공약으로 ‘권력 분점 총리’ 제시
집권 1년도 채 안돼 백지화 돼
‘실무·관리형’ 책임총리 재정의 필요성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힘을 빼기 위한 ‘권력 분권형 국무총리’는 정권 초마다 나온 단골 메뉴다. 책임총리는 통상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총리의 지위와 권한을 최대한 확장한 것’을 뜻한다. 국무총리제를 십분 활용해 행정부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국정을 분담하는 시스템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대통령의 전폭적인 위임에 기대고 있어 제도로서 보장되긴 어려웠다.


책임총리, 1997년 대선서 첫 등장..제왕적 대통령제 견제 틀
우리나라 헌정사는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하되, 의원내각제적 유산인 ‘총리’제도가 남아있는 독특한 정치구조다. 총리제를 채택한 대부분의 나라는 의원내각제(입헌군주제·의회공화제)를 취하거나 이원집정부제(대통령은 국가수반이지만 총리는 정부수반)를 체제라, 우리나라처럼 대통령 중심제 하에 총리가 존재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우리나라 헌정사는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하되, 의원내각제적 유산인 ‘총리’제도가 남아있는 독특한 정치구조다. 총리제를 채택한 대부분의 나라는 의원내각제(입헌군주제·의회공화제)를 취하거나 이원집정부제(대통령은 국가수반이지만 총리는 정부수반)를 체제라, 우리나라처럼 대통령 중심제 하에 총리가 존재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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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하되, 의원내각제적 유산인 총리가 남아있는 독특한 정치 구조에 기인한다. 총리가 있는 대부분의 나라는 의원내각제(입헌군주제·의회공화제)를 채택하거나 이원집정부제(대통령은 국가수반, 총리는 정부수반)다. 우리나라처럼 대통령 중심제에서 총리가 있는 국가는 흔치 않다.

1948년 제헌 헌법에서는 대통령 중심제에 부통령, 총리가 공존했다. ‘사사오입’ 개헌(1954년 헌법)에선 이승만 전 대통령의 종신 집권을 위해 총리가 폐지되기도 했다. 1960년 6월 헌법이 의원내각제로 바뀌면서 부통령이 없어지고 총리는 부활했다. 이후 1962년 헌법에서 대통령제로 복귀하되, 총리는 존치시키면서 오늘날의 대통령과 총리가 함께 있는 체제가 지금까지 이어졌다.


‘책임총리’의 필요성이 대두된 역사도 길다. 제 15대 대통령선거를 위해 치러졌던 1997년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처음 ‘책임총리제, 책임 내각제’을 제시했다. 이 후 책임총리는 헌법 체제의 틀 속에 대통령의 제왕적 국정운영을 막는 제도적 방법으로 인식돼왔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이회창 후보가 각각 책임총리를 공약으로 내놨고,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 2012년 문재인, 박근혜, 2017년 문재인, 2022년 윤석열 대통령까지 모두 책임총리제를 약속했다.


현실화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총리가 국무위원 후보자 3배수를 추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을 공약으로 구체화했다. 하지만 총리와 장관 인선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백지화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국무총리의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조국 전 장관 임명 과정에 이낙연 전 총리의 반대 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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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실 슬림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고, 그 과정에서 집무실 이전까지 강행했지만 용산 집중화는 더욱 심화됐다.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 대신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핵관’들이 2인자로 불렸다. 국무위원 인사는 대통령과 인맥·학맥으로 얽힌 검찰 일색으로 기용됐다. 3대(노동·연금·교육)개혁과 민생정책 전반에 윤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모든 사안을 살핀다)식 국정운영이 본격화됐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총리나 장관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대통령이 당무까지 개입하는 판에 책임총리제가 어떻게 지켜지겠나’하는 뒷말이 흘러나왔다.

헌법상 한계, 책임총리 공약 불이행 명분

이같은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현행 헌법상 한계에 기초한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헌법 86조2항의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는 국무총리 통할권의 폭을 제한하는 해석의 근거가 돼왔다. ‘개헌 없이 할 수 없다는 논리가 책임총리 공약 불이행의 손쉬운 명분이 됐다.


하지만 국무총리는 일반 각료보다 상위 직위를 갖고 있다. 이 조항은 구체적 지시가 아닌 포괄적 위임으로 볼 여지도 있어 ‘해석의 폭’이 넓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내각 구조상 총리에게 쏠리는 권력의 힘이 크게 빠질 경우, 행정부의 기강을 바로 잡고 내치를 강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정부위원회는 총 55개다. 총리의 입김이 약해지면 범부처적인 국정운영이 흔들리고, 부처간 업무조정이 어려워진다.


헌법학자인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국무총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려면, 정부조직법을 개편해서 총리령의 범위를 늘려야 하는데 법 개정이 헌법에 근거를 두다보니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책임총리’의 개념이 모호한 것이 핵심적 문제”라면서 “책임총리라곤 하는데 무엇을 책임진다는 건지 불명확하다.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법적 개념이 돼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총리, 대통령 권력 남용 통제 정신 반영…책임총리 재정의 필요"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대통령 중심제는 직선제를 선호하는 국민정서에 기초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이 위임한 모든 권한을 대통령이 ‘원맨쇼’로 행사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총리가 힘을 받으려면 대통령의 확고한 정치철학이 있어야 한다”면서 “내각제적 요소인 총리가 남아있는 것은 대통령의 권력 남용 통제에 대한 정신이 반영 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국무총리 시스템은 우리나라의 헌정사, 정치문화, 선거제도, 정당현실이 복합적으로 반영돼온 것이라는 현실론도 있다. ‘실무·관리형 총리’에 초점을 둔 책임총리에 대한 재정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도 상원의장을 겸하는 부통령이 표결권도 없고 권한이 크지 않다. 내각 관리와 실무에 초점이 맞춰진 총리의 기능도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근본적으로 현행 5년 단임제가 ‘책임정치’조차 구현하지 못하고 있어 제왕적 대통령제가 반복된다는 시각도 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4년 중임제라면 연임이 되기 위해 약속한 권력분산도 신경을 쓸텐데, 단임제 하에선 권력 집중은 필연적”이라면서 “대의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주권자가 위임한 헌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책임총리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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