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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칙 제로' 학교 등장 "염색·피어싱 모두 자유, 주체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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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복장규정 철폐, '탈관리' 교육
보수일색의 일본 교육계엔 큰 충격

보수적인 일본 교육계에서 '교칙 제로'를 선언한 고등학교가 화제다. 이 학교는 머리 염색, 피어싱, 네일, 복장 등에 대한 규정을 아예 폐지해 고등학생이라도 금발에 사복을 입고 등교할 수 있다. 여전히 두발 규정을 두는 등 엄격한 교칙을 내세우는 학교가 많은 가운데 이러한 '탈(脫) 관리 교육'이 시사하는 바에 일본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15일 마이니치신문은 '교칙 제로' 학교인 도쿄 추오대부속고등학교 이야기를 보도했다. 이 학교는 두발이나 복장 규정을 아예 없앴기 때문에 염색과 화장, 사복 등교 등이 자유롭게 가능한 곳이다. 학교의 교칙은 '126자 룰'로 불리는 기본 규칙 하나만 존재한다. '진정한 자유는 자기를 다스림으로써 얻는 것'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인정하며 의무를 다하라는 내용이다.

조별 활동 중인 추오대부속고등학교 학생들. 복장과 머리 스타일이 자유롭다. (사진출처=추오대부속고등학교 홈페이지)

조별 활동 중인 추오대부속고등학교 학생들. 복장과 머리 스타일이 자유롭다. (사진출처=추오대부속고등학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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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교칙을 없애버린 이유는 학생들의 주체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는 학교의 교육 이념인 '자주·자치·자율'에 따른 것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고, 몸가짐도 마찬가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시다 교장은 "주변 어른들이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면 오히려 아이들이 생각할 기회를 빼앗겨버린다"고 밝혔다.


그는 "어른이 되면 어떤 옷차림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어떤 장소에 어떤 복장을 하고 가야 하는지가 중요해진다"며 "상황에 맞는 복장을 할 것인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것인지 여러 판단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은 고등학생 때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가 처음부터 자유로운 교풍을 유지한 것이 아니었다. 남고였던 시절에는 교복, 두발뿐만 아니라 등·하굣길에 선생님을 만나면 경례를 해야 하는 등 엄격한 교칙이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학생들이 규제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학교 측도 이를 받아들여 규범 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2001년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이후 자기주장이 강한 학생들이 더 많아졌지만, 이시다 교장은 학교가 학생들을 존중하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도 마이니치와의 익명 인터뷰에서 "금발에 피어싱을 하고 있지만, 학업에 지장은 없다. 대학생이 되면 어차피 복장 등이 자유로워질 텐데, 고등학생 때부터 스스로 이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거나 "사회에 나가면 사람의 개성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개성을 키울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일본 추오대학부속고등학교 홍보 사진. (사진출처=추오대학부속고등학교 홈페이지)

일본 추오대학부속고등학교 홍보 사진. (사진출처=추오대학부속고등학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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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본에서 이런 학교는 소수에 불과하다. 본인의 머리가 자연적으로 밝은 갈색일 경우 이를 증명하는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하는 등의 규칙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오사카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자연 갈색인 머리카락을 검정으로 염색하도록 강요받았다며 학교를 상대로 학생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월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는 레게머리를 한 남학생을 식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격리한 사례도 있었다. 학교에서는 학생의 머리 스타일이 "고등학생다운 청결한 것"에 어긋났기 때문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도 최근 엄격한 교칙으로 학생을 관리하는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싱크탱크 일본재단이 지난해 세계 6개국의 17~19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나의 행동으로 나라나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은 일본이 26.9%로 최하위였다. 우리나라 61.5%, 미국 58.5% 등 해외 청소년들의 긍정적 대답이 모두 절반 이상을 넘은 가운데 일본만 부정적인 답변을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나는 어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도 일본이 다른 나라보다 큰 폭으로 낮은 27.3%에 머물렀다.


탈 관리 교육을 주장하는 일본 교육자들은 이러한 젊은 세대의 무력감을 초래하는 요인 중에는 획일적이고 선택지가 부족한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의 문제도 크다고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교칙을 없애고 본인의 교장실까지 개방해 학생들이 오가게 했던 사이고 타카히코 사쿠라가오카 중학교 전 교장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해 포기한다"며 "하지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의견을 말할 수 있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자신들이 주권자로 변할 수 있다는 경험을 쌓았으면 해 교칙을 철폐했다"고 마이니치에 전했다.


이시다 교장도 "지금은 어제의 상식이 오늘의 상식이 아니게 돼버리는 시대다.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발상이 필요하다"며 "시대를 움직이는 젊은이를 밀어주는 학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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