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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원전發 핑크 수소, 청정 불합격…에너지독립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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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지는 수소경제]
탈탄소 시대, 수소 의존도 계속 높아져
재생에너지 활용 그린 수소 한계
원전 강국 한국엔 핑크 수소 대안 목소리
"친환경·경제성 두 마리 토끼 잡아"
에너지 자립 100년 꿈 이룰 수도
글로벌 탄소 중립 무역 장벽이 걸림돌
고준위 방폐장 건설·경제성 등 과제

편집자주지구상에 가장 흔한 원소인 수소는 태울 때 물이 배출된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어 탄소중립 시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각국은 수소 경제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소차를 개발하고 보급률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특히 새 정부 들어서면서 수소 정책이 뒷걸음질 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미래 에너지원으로 수소의 역할과 정책적 지원의 중요성을 짚어본다.

"원자력 기술 강국인 우리나라에선 핑크 수소가 제격이다."


우리나라는 일조량이 적고 국토가 비좁아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탄소 중립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토를 태양광·풍력 발전설비로 뒤덮더라도 전력 자급을 위해선 현재 발전량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석탄·천연가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관련 업계·전문가 사이에선 ‘핑크 수소’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말이 돈다. 핑크 수소는 원자력 발전의 잉여 전력·열을 이용해 물을 분해해서 만든다. 탄소 배출이 없고 비용도 싸다. 친환경·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벽도 많다. 무엇보다 RE100(Renewal Energy 100)과 유럽연합(EU)의 녹색 분류 체계(그린텍소노미) 등 탄소 중립 무역 장벽이 문제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이 없는 한국 원전과 수소를 탈탄소·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아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경제성·안전성 확보도 과제로 꼽힌다.

K-원전發 핑크 수소, 청정 불합격…에너지독립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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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만으론 안 된다

정부는 2021년 10월 확정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수준으로 감축하고, 2050년에는 제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선 기존 석탄·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화력 발전을 대폭 줄이고 2050년엔 전면 폐지 또는 LNG 발전소만 일부 남겨야 한다. 대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6.2%에서 30.2%로 늘릴 방침이다. 그린 수소 비율도 전체 에너지 중 20%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에 따른 수소 수요량은 2030년 390만t, 2050년 2790만t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지난 21일 산업 부문의 부담을 줄이되 원전·수소를 더 많이 활용하는 방향으로 탄소중립 시나리오 변경안을 발표했으며 다음 달 중 확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사정상 그린 수소 생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중동, 호주, 아프리카 등 해외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생산하는 그린 수소를 대규모로 수입할 계획이었다. 부가 비용도 엄청나다. 2021년 한국가스공사는 2050년대 수소 액화·저장·운송에만 연간 60조원대를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원자력계·산업계 등에선 한국이 강점을 가진 원전 기술을 활용해 생산하는 핑크 수소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핑크 수소는 국내 생산 그린 수소보다는 훨씬 싸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제주도의 풍력 발전 이용 그린 수소 생산 시범 시설의 수소 1kg당 생산 원가는 약 1만5000원이다. 반면 미국 아르곤 연구소나 국제에너지기구는 핑크 수소의 1kg당 생산 원가를 2.5달러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원자력계에선 원자력을 이용하면 생산원가를 1.7달러까지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외 주요 국가들의 연구도 활발하다. 프랑스는 2020년 9월 탄소 중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300억유로를 투자해 수소 생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에너지원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도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 정부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부터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핑크 수소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4년까지 실증 생산 기술 개발, 2027년까지 스케일업을 거쳐 상용화한다는 게 목표다.


신월성원자력발전소. 자료사진.

신월성원자력발전소.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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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무역 장벽 못 넘는다

하지만 핑크 수소는 원자력 발전이 가진 본연의 문제를 그대로 갖고 있다. 원전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성 폐기물 처리 비용, 이에 따라 갈수록 늘어나는 발전 단가, 사고 위험성 등이 치명적 약점이다.


EU가 2022년 7월 탄소 국경세 부과를 위해 확정한 녹색 분류 체계(그린텍소노미)도 부담이다. EU는 원전을 탈탄소에너지로 분류하긴 했지만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을 가동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한국은 현재 중저준위 방폐장만 있다. 고준위는 임시 저장만 하고 있다. 따라서 K-핑크 수소는 EU 녹색분류체계상 탈탄소에너지가 아니며 탄소 국경세 부과 대상인 것이다. 결국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처분장을 건설해야 한다. 단기간에 풀릴 문제는 아니다. 고준위 방폐장 설치안은 정부 부처 책장 안에서 잠만 자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원전과 수소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 민간 캠페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의무화)도 걸림돌이다. RE100은 영국의 국제 비영리 단체 클라이미트 그룹이 2014년부터 시작한 캠페인이다. 주요 국가·공기업·민간 대기업 등이 납품 시 RE100 가입을 의무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사실상 규제화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전자, SK그룹, 네이버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이 때문에 대거 가입한 상태다. RE100 측은 원전이 탄소 배출량은 적지만 폐기물 처리장 등 총비용을 고려할 때 경제성이 없어 탄소 중립의 대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즉 RE100은 핑크 수소를 미래 청정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다.


핑크 수소의 해외 그린 수소 대비 가격 경쟁력도 약점이다. 핑크 수소의 국내 생산 원가(전력 가격)은 현재 1kW당 60원 가량이다. 해외 그린 수소 생산 원가(현지 태양광 발전 단가·1kW당 1센트·약 13원)보다 4배 가까이 비싸다. 여기에 수입을 위한 운송·저장비를 합쳐도 국산 핑크 수소보다는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린수소 생산클러스터 조감도. 자료사진.

그린수소 생산클러스터 조감도.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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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소 생산을 해외에 의존할 경우 석유에 이어 또다시 핵심 자원의 가격 결정권을 잃고 지정학적 위기에 시달려야 한다. 일본이 2021년 수소 생산 계획을 세우면서 자국 기업들에 해외에서 1억t의 그린 수소를 생산하도록 해 에너지 자급을 이루겠다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원전 강국의 장점을 살려 K-핑크 수소를 잘 활용하면 한국은 근대 이후 100년간 이루지 못한 에너지 자립의 길을 개척할 수도 있다. 1GW급 원전이 생산할 수 있는 핑크 수소는 연간 총 20만t 정도다. 이를 원전 유치 대가로 다른 지역에 팔면 해당 지역에 수천억 원대의 소득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석유 시대로 치면 동네에 대형 유전이 하나 생기는 셈이다.


이동형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장은 "가동 원전 전력을 전력 수급 계획상 전기 공급 외에 수소 생산에도 투입하도록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전용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대량 생산해 경제성을 맞춰야 하며 고준위 방폐장 건설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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