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또 뒤집힌 ‘탱자판결’… 택시기사 최저임금 소송 기각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노사합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탈법행위 아냐”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강 건너가면 귤이냐 탱자냐'


법정마다 다른 판결을 내놔 이른바 ‘탱자 판결’로 불리는 택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최근 뒤집힌 판결이 잇달아 나와 택시업계 희비가 또다시 엇갈렸다.

그동안 노사가 합의한 택시기사의 ‘소정 근로시간’ 단축이 최저임금법을 피하려는 속셈이었는지가 재판의 쟁점이었다.


단축한 시간만큼 미지급된 ‘최저임금’을 돌려달라며 택시기사들이 사업주에 대해 낸 소송에서 지난 1일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택시업계와 법원 등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1부는 택시기사 248명이 부산의 한 택시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같은 날 서부지원에서만 유사한 재판 8건이 있었고 택시기사 총 450여명이 6개 법인 택시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반환 청구 소송들은 모두 기각됐다.


앞서 지난달 20일 부산지법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5단독은 택시기사들의 임금 청구를 기각하면서 “근로자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소정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잠탈행위)에 해당돼 탈법행위로 무효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기사들은 소정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그 시간만큼 초과운송수입금을 더 얻을 수 있어 소정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몇몇 택시회사는 오랜 기간 코로나 직격탄에 엎친 데 덮친 현실을 맞아 폐업하거나 전면 휴업에 들어가면서 택시업계의 위기를 항변했다. 근로자 임금 소송에 폐업까지 불사하겠다며 맞서던 택시 재판이 최근 연이은 기각 판결로 새로운 기류를 맞은 것이다.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부산에서만 진행 중인 ‘미지급 최저임금’ 관련 노사 소송은 400여건에 이르고 원고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3382명, 피고인 사업장은 94개 업체이다.


소송액은 총 424억5000만원에 달하고 “택시업계는 코로나19 여파와 비현실적인 택시요금제로 인해 줄도산 위기에 처한 데다 소송까지 직면했다”며 지난해 7월부터 법원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 등을 하며 호소해왔다.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의 한 회원사 대표가 부산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의 한 회원사 대표가 부산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소송의 도화선이 된 건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다. 노사 간 합의한 소정 근로시간 단축은 고정급여를 줄이려고 교묘히 빠져나가는 ‘잠탈’ 행위로 판단해 무효라는 판결이었다. 이후 법인택시회사 소속 기사와 퇴직자들은 ‘단축’된 만큼 미지급한 최저임금을 돌려달라며 줄줄이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대법 전원합의체가 ‘택시회사가 소정 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법을 피하려 했다’고 봤고 이후 하급심들이 이를 따르면서 서울과 부산 등에서 유사한 사안을 놓고 법정마다 다른 판결을 내놓는 이른바 ‘탱자 재판’ 논란에 빠지게 된 것이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2건의 재판에선 이 같은 노사 간 합의가 탈법행위라는 것을 원고인 택시기사 측이 증명해야 한다는 기류 변화를 예고했다.


그동안 택시업계 노사는 회사 외부에서 근로하는 업종 특성 때문에 근로시간과 최저임금 설정이 명확하지 않았다. 2009년 7월 최저임금법 적용으로 특례조항이 시행되면서 노사 간 합의로 소정 근로시간에 따른 기본급과 사납금 수준을 정해왔다.


소정 근로시간이란 사업장 내에서 근로시간을 측정할 수 없는 직업의 경우, 임금 책정을 위해 사용자와 근로자 간 통상적으로 합의한 시간이다. 택시기사의 근로시간이 대표적인 소정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사측이 소정 근로시간을 길게 잡으려 해도 근로자인 택시기사는 이를 반기지 않았다.


소정 근로시간이 길수록 고정급여는 늘어나지만 고정급에는 각종 세금과 4대 보험료 등 간접비용이 추가돼 동시에 회사에 납입하는 사납금이 고정급 인상액보다 더 늘어나게 돼 있어 초과운송수입을 더 알짜 소득으로 삼는 기사들이 좋아할 리 없는 임금 구조였기 때문이다.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장성호 이사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해도 요금 인상과 초과운송 수입을 더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미달 회피 목적이 아닌 것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판사 성향에 따라 법정마다 다른 판결을 내리는 기나긴 소송을 겪으며 이미 택시 노사 간 신뢰관계가 무너졌다. 하루 버티기 위해 ‘언 발에 오줌’이라도 눠주길 바랄 정도로 가뜩이나 택시산업은 벼랑에 몰려 있다”며, “경영에 집중하기도 모자랄 시간인데 소송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힙플힙템] 입지 않고 메는 ‘패딩백’…11만개 판 그녀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 굳건한 1위 뉴진스…유튜브 주간차트 정상 [포토] 외국인환대행사, 행운을 잡아라

    #국내이슈

  • 100m트랙이 런웨이도 아닌데…화장·옷 때문에 난리난 중국 국대女 "제발 공짜로 가져가라" 호소에도 25년째 빈 별장…주인 누구길래 "화웨이, 하버드 등 美대학 연구자금 비밀리 지원"

    #해외이슈

  • [포토] '다시 일상으로' [포토] '공중 곡예' [포토] 우아한 '날갯짓'

    #포토PICK

  • 캐딜락 첫 전기차 '리릭' 23일 사전 계약 개시 기아 소형 전기차 EV3, 티저 이미지 공개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美 달린다…5대 추가 수주

    #CAR라이프

  • 앞 유리에 '찰싹' 강제 제거 불가능한 불법주차 단속장치 도입될까 [뉴스속 용어]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