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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의 책으로 읽는 세계]빅데이터가 알려주는 행복해지는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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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의 책으로 읽는 세계]빅데이터가 알려주는 행복해지는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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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데이터에 둘러싸여 있다. 디지털 세상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많은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다. 인간 마음은 이러한 종류의 거대하고 비정형적인 데이터를 빨리 처리하지 못한다. 우리 마음은 주변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에서 순식간에 속마음을 알아채는 데는 매우 뛰어나지만,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이해하는 능력은 별로 대단하지 않다. 우리가 세상 흐름을 잘 못 읽는 이유다.


다행히 빅데이터를 읽고 싶어 우리는 우리와 전혀 다른 마음을 발명했다.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데 탁월하고 능숙하다. 그 덕분에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는 자신이 남긴 거대한 흔적, 즉 조 단위 데이터를 이용해서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기술을 얻었다.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더 퀘스트)에서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로 구글의 데이터과학자였던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데이터 중심 인생 해법’이 있다고 말한다. 직감 또는 상식에 의존하거나 별 근거 없는 충고를 따르는 대신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중세 이전에는 종교가 주로 세상이 어떻게 생겼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을 제공했고, 르네상스 이후에는 우리의 단련된 취향(감정)이 인생의 지도를 제공했다. 그러나 신은 오래전부터 침묵에 빠져 있고, 감정은 자주 우리를 잘못된 길에 빠뜨린다.


굴착기가 없을 땐 손이나 삽으로 땅을 파지만, 굴착기가 있으면 이를 이용하는 게 낫다. 빅데이터는 세상의 윤곽선을 그려주고, 인생 갈림길에서 좋은 결정을 내리도록 우리를 도울 수 있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일은 우리가 인간적 편향에서 벗어나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데 무척이나 중요하다.

인간은 흔히 인지 편향 때문에 자주 착각에 빠진다. 가령 우리는 흔히 꿈꾸던 직업을 얻으면 인생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은 아니다. 종신교수가 되려고 애쓰는 조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이를 잘 보여준다. 종신교수가 되기 전에는 대다수가 바라던 자리를 얻으면 인생이 장기적으로 행복하리라고 생각한다.


착각일 뿐이다. 시간이 흐른 후, 종신교수가 된 사람과 되지 못 한 사람을 비교하면 행복에는 별 차이가 없다. 바라던 직업을 얻는 일은 순간적 기쁨을 주지만, 행복 자체를 증진하진 않는다. 우리는 과거에 느낀 기쁨과 고통의 지속 시간이나 총량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기쁨의 절정을 더 높이 평가하고, 고통을 더 오랫동안 기억한다. 그러나 고통이나 기쁨은 순간적이고, 지속 시간은 별로 길지 않다. 바라던 직업을 얻지 못했을지라도 사람들은 곧바로 다시 일어선다. 끔찍하고 치명적일 듯한 일도 막상 닥치면 별로 큰일이 아니다.


욥기가 옳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우리의 인지적 착각을 교정하는 데 유리하다. 조지 매케론과 수재나 모라토의 행복 연구는 이를 잘 보여준다. 두 사람은 스마트폰 사용자 6만명을 모집해 행복 관련 데이터를 300만개 넘게 모았다. 역대 최대의 데이터였다. 이들은 공동 연구자인 알렉스 브라이슨과 함께 인간 활동을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무엇이 인간을 정말로 행복하게 하는지를 알아냈다.


이들이 작성한 행복 활동표에 따르면, 인간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활동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하는 친밀한 접촉, 그중에서도 섹스였다. 연극이나 무용이나 음악회에 가는 일, 전시회, 박물관, 도서관을 찾는 활동이 그 뒤를 이었다. 스포츠·달리기·운동은 네 번째, 정원 일은 다섯 번째, 대화·수다·사교는 일곱 번째, 걷기와 등산은 아홉 번째였다. 업무·공부는 서른아홉 번째였으며, 앓아눕기가 마지막 마흔 번째였다.


주변 사람과 친밀감을 늘려주는 섹스와 사교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고, 투병과 업무 수행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는 결과는 상식적이다. 그러나 전시회나 도서관에 갈 때, 운동이나 달리기를 할 때, 정원을 가꿀 때 우리가 무척 행복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자주 과소평가한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행복의 원천인 도서관을 줄이고, 불행의 온상인 학습실을 늘리겠다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린 까닭이다. 리더가 행복을 모르면 주민이 불행해진다.


텔레비전 시청과 영화 감상은 스물한 번째, 스마트폰 게임은 스물두 번째, 수면과 휴식은 스물아홉 번째, 인터넷 서핑은 서른한 번째, 소셜미디어는 서른두 번째였다. 사람들은 에너지를 많이 요구하지 않는 수동적인 활동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과대평가한다. 그러나 행복을 위해서는 ‘방콕’에서 벗어나서 바깥으로 나가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구석 생활자는 자주 우울증에 시달린다.


문제는 사람들이 흔히 행복도가 높은 활동보다 낮은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깨어 있는 시간 중 친밀한 접촉이나 전시회 가기 같은 행복 활동엔 2시간 정도 할애하는 반면, 절반 이상을 불행 활동에 해당하는 업무, 집안일, 통근 등에 내어준다. 빅데이터는 우리에게 행복해지려면 일상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흔히 일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거짓말이다. 일 자체가 행복하기는 근본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직장 근처로 주거지를 옮겨서 통근 시간을 줄이고, 음악을 듣는 등 주기적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등 불행 활동을 억제하면 업무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직장 동료와 친구처럼 지내는 일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서로 친구로 대할 때, 직장 생활의 행복도가 올라가면서 일이 즐거워질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좋은 리더는 일터를 우애의 장으로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빅데이터는 행복해지려면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연인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때 가장 큰 행복을 얻기 때문이다. 느슨한 사람들과 자주 상호작용해 봐야 행복이 늘기는커녕 더 크게 불행해질 뿐이다. 인터넷 쇼핑이나 소셜미디어는 행복을 가장 적게 제공하는 여가활동이다. 페이스북 활동의 상당 부분을 친인들과 음악회를 가거나 산책 또는 등산을 가는 데 사용하면 인생은 분명히 행복해진다.


장은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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