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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거르고 저녁은 컵라면”…고물가에 ‘무지출 챌린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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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생활비 줄이기 궁여지책
대출이자 낮은 은행으로 갈아타고
자가용 세워두고 대중교통 출퇴근
쇼핑, 언감생심…셔츠 한 벌 안 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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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구은모 기자]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직장에 다니는 1인 가구 30대 직장인 조용훈씨는 2주째 돈을 쓰지 않고 버티는 ‘무지출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출근길에 사먹던 아침 식사는 거르고, 점심은 매일 회사 식당에서만 먹는다. 저녁은 친구·직장동료와의 외식 대신 집에서 컵라면으로 때우곤 한다. 조씨는 "밥값, 커피값, 술값은 다 오르는데 내 월급만 제자리"라며 "무지출은 더 이상 궁상이 아닌 존중해야 할 우리 세대 삶의 패턴"이라고 말했다.


“아침 거르고 저녁은 컵라면”…고물가에 ‘무지출 챌린지’ 확산 원본보기 아이콘


25일 안 오른 게 없는 살인적 고물가 속 외식물가까지 8%대까지 치솟으면서 ‘욜로(You Only Live Once)’로 대표됐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무지출 챌린지란 하루 종일 한푼도 안 쓰고 그야말로 무소비를 하는 소비 풍속도를 뜻한다. 챌린지에 참여한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날 그날의 자신의 소비 또는 무지출 행보를 기록하는 등의 방식으로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조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조씨가 가장 먼저 지갑을 닫은 건 식비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들러 간단하게 먹던 커피와 샌드위치 아침세트가 지난달부터 기존 6000원에서 9000원으로 훌쩍 뛰면서 아침식사를 거르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점심식사는 구내식당에서 회사가 나눠주는 식권으로 해결한다. 그 동안에는 바람도 쐴 겸 직장 동료들과 사무실 주변 맛집 탐방을 하며 외식을 자주 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외식비를 감당하기 버거워 구내식당을 매일 찾고 있다.

저녁은 컵라면으로 때우기 일쑤다. 조씨는 "그나마 먹거리 중에선 가장 저렴한 편이라 생활비에 크게 부담 안 주는 건 라면 뿐"이라고 토로했다.


외식값이 부담스러워 친구들과의 약속도 안 잡은지 오래됐다. 퇴근 후 친구들이나 직장동료와 한두잔씩 마시던 술도 끊었다. 퇴근길 단골 호프집에서 작년까지만 해도 4000원에 팔던 소주와 맥주가 이달 들어 6000원으로 훌쩍 오르며 ‘소맥’ 한잔 마시는 데 1만원 이상이 들게 되면서다.


전세 대출금도 문제다. 조씨는 최근 전세 계약을 연장했다.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보증금 인상폭은 5%로 억제하며 선방했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막아내진 못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연 1.75%인 기준금리를 연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 인해 전세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매우 커진 상태다. 계약 갱신 과정에서 조씨의 전세 대출금 2억원에 대한 이자율도 기존 연 2.1%에서 연 3.6%으로 약 1.5%포인트 인상됐다. 상대적으로 저금리로 대출을 이용해왔지만 최근 금리 인상으로 한 달에 납부해야 하는 이자도 기존 35만원 수준에서 6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조씨는 "대출금액은 기존과 같은데 이자가 거의 두 배 올랐다"며 "이자율이 조금이라도 낮은 은행을 찾으려고 알아보고 알아본 끝에 은행까지 갈아탄 게 이 정도인데, 앞으로 매달 이자낼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에는 자가용을 주차장에 세워두는 일도 잦아졌다. 출·퇴근길 유류비가 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씨는 "최근엔 주변에 전기차 타는 분들을 볼 때마다 부럽다"며 "당장 차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니 불편하더라도 일주일에 한두 번만 자가용을 이용하고 대부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휘발유·경유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30%에서 지난 1일 법정 최대한도인 37%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2000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7월 셋째 주(17∼21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13.1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637.2원)보다 23.0%(375.9원) 오른 가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옷 쇼핑은 언감생심이다. 각종 생활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최근에는 가성비가 장점인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유니클로가 지난달 27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최고 50%까지 인상했고, H&M과 자라, 무신사도 일부 제품값을 6~10% 가량 올렸다. 업체들이 연이어 가격 인상에 나선 건 최근 국제 원면 가격이 1년 만에 30% 오르는 등 원자재 가격이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향후 생산될 제품들은 원자재 인상가격이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만큼 올 가을·겨울 의류 가격 인상 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조씨는 "올해는 최대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옷으로 버틸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물가가 너무 비싸지니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보다 저렴한 것을 선택하거나 기대 가치를 낮추는 소비 선택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소위 가성비가 가장 좋은 경로를 찾기 위한 선택을 하기 마련인데, 지금과 같은 물가 상승 국면에서는 소비자들이 그 과정 속에 많이들 있지 않나 싶다"고 관측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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