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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36년 만에 마하10 속도로 돌아온 톰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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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탑건: 매버릭’ 톰 크루즈, 컴퓨터그래픽 의존 없이 리얼 연기
전편에선 청춘의 성장·우정, 속편에선 중년의 애환 묘사 공들여
귀환한 ‘올드 스쿨’ 과거 명성 내세우지 않고 실력으로 입증

영화 ‘탑건: 매버릭’ 스틸 컷

영화 ‘탑건: 매버릭’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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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은 미 해군 최고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훈련학교다. 피트 미첼(톰 크루즈) 대위는 매번 담력과 지모를 뽐낸다. 제2차 세계대전 작전을 답습하는 훈련을 비웃기라도 하듯 공중에서 대열을 밥 먹듯이 이탈한다. 그래서 콜사인도 독립성이 강한 사람을 뜻하는 ‘매버릭’이다. 뚜렷한 개성은 훈련 중 동료 구즈(앤소니 에드워즈)를 잃으면서 옅어진다. 그는 주위의 도움으로 겨우 마음을 추스른다. 그리고 미국 상선이 기관 고장으로 영해를 넘은 특수 상황에서 적기 세 대를 격퇴해 영웅으로 거듭난다.


"세계의 영어신문 표지에 나온 기분이 어떤가? 뒷면에 실린 사고는 부인했지만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자네에게 선택권이 생겼네. 아무 곳이나 원하는 대로. 어디로 가고 싶나?" "교관이 되고 싶습니다."

"탑건에서?"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비네!"

영화 ‘탑건’ 스틸 컷

영화 ‘탑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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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탑건(1986)’의 매버릭이 36년 만에 ‘탑건: 매버릭’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형편은 여의치 않다. 죽을 듯이 전투기를 몰았지만 진급에서 계속 떨어졌다. 동기들이 견장에 별을 다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속력을 향한 테스토스테론까지 증발하진 않았다. 첫 등장부터 강렬하게 보여준다. 극초음속 정찰기 SR-72(다크스타)로 추정되는 기체에 탑승해 마하 10(시속 1만2240㎞)에 도전한다.


‘탑건: 매버릭’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신이다. 톰 크루즈를 비롯한 출연진은 컴퓨터그래픽(CG)에 의존하지 않았다. 실제 전투기에 탑승해 중력가속도 9G의 고통을 견뎌냈다. 전투기가 빠르게 상승하거나 좌우로 선회하면 혈액은 급격히 하체로 쏠린다. 호흡이 조금만 끊어져도 혼절하게 된다. 크루즈는 비행착각, 저산소증 등 동시다발적 어려움을 모두 이겨내고 현란한 비행을 선보인다. 극한의 어지러움과 고통을 카메라에 직접 담기까지 해 사실감을 극대화한다.


대담한 촬영은 스크린에 생생한 현장감도 부여한다. 전투기가 항공모함에서 이륙하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전편에선 전투기 꼬리 날개 밑에 카메라를 부착해 항공모함에서 멀어지는 광경을 롱테이크로 보여준다. 이번에는 비슷한 광경을 배경으로 크루즈의 얼굴 변화가 세세하게 나타난다. 크루즈는 "전투기 비행의 놀라운 경험이 고스란히 전달되길 바랐다"고 했다.

영화 ‘탑건: 매버릭’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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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전개나 구성은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출중한 조종 실력을 갖춘 조종사들이 한데 모여 팀워크를 다지는 내용이다. 화합을 유도하는 운동만 비치 발리볼에서 럭비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청춘의 성장과 우정을 재탕한다고 속단해선 곤란하다. 교관으로 변신한 매버릭의 심리 묘사에 상당한 공을 들여 투철한 직업 정신과 중년의 애환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 색깔은 가족 드라마에 가깝다. 아내도 자식도 없지만, 전편에서 구즈와 쌓은 우정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핵심은 구즈의 아들 로스터(마일즈 텔러)와 불편한 관계. 전편에서 바이퍼(톰 스커릿) 중령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들려준다. "훌륭한 조종사는 늘 평가받고 그것을 교훈으로 삼지. 우린 한계를 극복해야 해. 그게 우리의 임무야."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끈끈해지는 과정을 다루며 전편의 일부 장면을 차용한다. 추억의 공간인 펍도 대대적으로 활용한다. 매버릭이 항공물리학 교관 찰리(켈리 맥길리스)에게 다가가 ‘유브 로스트 댓 러빙 필링(You’ve Lost That Loving Feeling)’을 불러줬던 그 장소다. 아이스맨(발 킬머) 등 처음 마주한 동기들의 견제에 콧방귀를 뀌기도 했다.


매버릭은 다시 찾은 펍에서 추억에 잠긴다. 그는 자식뻘 되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몰려들자 자리를 피한다. 하지만 문틈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을 듣고 온몸이 굳어버린다. 과거 구즈가 어린 로스터를 피아노 위에 올려두고 연주했던 제리 리 루이스의 ‘그레이트 볼스 오브 파이어(Great Balls of Fire)’다. 연주자는 로스터. 구즈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남방을 휘날리며 흥겹게 춤을 춘다. 순간 둘 사이에는 부자 못잖은 기류가 흐른다. 지난 과오와 간섭에 대해 용서를 구할 여지를 남기며 극의 색깔을 반전시킨다.


영화 ‘탑건: 매버릭’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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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올드 스쿨’은 모든 것을 실력으로 보여준다. 매버릭이 마지막에 탑승하는 전투기 F-14 같다. ‘탑건’을 통해 널리 알려졌으나 F-18 슈퍼호넷이 등장하면서 수명을 다한 기종이다. 처음 나왔을 당시만 해도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기체로 평가받았다. 초음속·쌍발엔진·가변익을 채택한 전천후 전투기로, 300㎞ 범위의 표적을 스무 개 이상 동시 추적할 수 있었다. 같은 세대 전투기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적을 먼저 포착하고 추적했다. 하지만 1990년대에 스텔스 기술(레이더에 의한 항공기, 미사일의 조기 발견을 곤란케 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효용성은 크게 떨어졌다.


매버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F-14를 조종해 위기에 빠진 로스터를 구해낸다. 전성기 못잖은 실력으로 무기력하고 퇴영적인 아버지의 상에서 탈피한다. 과거 기량을 초야에서 묵히는 475세대와 386세대를 향한 격려다. 밑바탕에는 스스로 용서하지 못한 잘못·허물과의 작별이 자리한다. 매버릭은 전설적인 명성을 내세우는 법이 없다. 직접 부딪히고 증명할 뿐이다. 재기발랄했던 36년 전 그때처럼.


"파일럿의 시대는 끝을 향해가고 있어, 매버릭."

"그럴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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