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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法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적 보상, 위자료·위로금 구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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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급 위로금은 기타지원금… 위자료와 구분돼야"
법원, 피해자에 3억원 배상 판결… 향후 재판 영향 전망

5·18 당시 금남로에 투입된 계엄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5·18 당시 금남로에 투입된 계엄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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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입은 정신적 손해배상금과 관련, 이미 받은 위로금을 위자료와 구분해 정부의 배상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위로금과 위자료를 혼동해 배상금을 적게 산정한 선행 판결들의 문제가 발견된 만큼, 향후 관련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정재희 부장판사)는 민주화운동 때 억울하게 구금된 김모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정부가 김씨에게 3억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앞서 김씨는 1980년 5월27일 광주에서 계엄군에 체포돼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강요받고, 계엄법 위반 등 혐의로 941일간 구금됐다. 1999년 재심에서 무죄를 인정받은 그는 구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2차례에 걸쳐 보상금 합계 1억23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여기엔 약 2000만원의 위로금이 포함됐다. 이후 김씨 측은 "무고한 수형생활을 하고, 수용시설에서도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았다"며 '정신적 손해배상'을 별도로 청구했다.


재판 과정에선 김씨가 앞서 받은 위로금과 이에 따른 위자료 산정기준 등이 쟁점이 됐다. 실제로 법원이 이미 지급된 위로금을 위자료와 혼동하고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서 민주화운동 관련 손해배상금 인정 범위의 편차가 심한 상황이었다. 서울중앙지법에선 지난해 10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자동차에서 확성기로 안내 방송을 한 박모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앞서 받았던 위로금을 위자료로 착각해 손해배상금을 1500만원으로 한정한 판결이 나왔다. 앞선 보상에서 위로금을 받았으니, 위자료 산정 시 공제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김씨 측 변호사는 "앞선 판례는 위자료에 대한 법리 오해"라며 "위로금은 도덕적 차원에서 미안하다는 의미로 준 것에 불과하고 위자료는 법적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다. 위로금을 받았다고 위자료에서 공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주화운동에 따른 '경제발전론'이 재판 과정에서 함께 강조됐다. 김씨 측 변호사는 "아시아와 남미에서 부러움을 사던 일부 부국이 국가파산으로 몰락한 반면,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불의 선진국으로 진입한 배경의 가장 큰 이유가 '민주화 성공 여부'다"며 "군부독재에 맞서 목숨을 걸고 민주화를 성공시켜 세계경제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100억원을 지급해도 많지 않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김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정부로부터 구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 외에 위로금 명목의 돈을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위로금은 구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 제22조에 근거한 기타지원금이다"라며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생계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사회보장적 지원의 일종에 해당하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인 위자료와 구별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불법행위가 일어난 때로부터 약 40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 배상이 지연됐고, 그 기간 물가와 통화가치가 상당히 변했다"며 국민경제 전체의 물가수준 변동을 반영하는 통계수치로 한국은행의 'GDP 디플레이터'를 활용해 배상액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김씨와 비슷한 고초를 겪어 함께 소송을 제기한 고(故) 허모씨와 이모씨에게도 같은 판단이 적용됐다. 재판부는 허씨의 아내와 자녀들에게 합계 2억9000여만원을, 이씨에게 1억5000만원을 정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씨 등을 대리한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경제적 기여를 평가받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으나 희생에 못 미치는 위자료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인권이 짓밟힐 때 자기를 희생한 사람들에게 사회적 보상이 적절히 이뤄져야 독재가 자리 잡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5월18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특별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2020년 5월18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특별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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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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