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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11년…"정부 회복 의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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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위, 최종 조정안 전달…일부 기업 "추가 부담" 난색
피해자 측도 "조정안 반대, 소송전도 불사"
정부, 민간기구에 떠넘기기 및 피해자 갈등 유발 등 비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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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한지 11년이 넘도록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을 위한 조정안에 대해 기업과 피해자 모두 이견을 보이며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조정위원회는 최근 피해자 및 옥시, 애경산업, 이마트, 롯데쇼핑, 홈플러스,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LG생활건강, GS리테일 등 9개 기업에 최종 조정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안에 따르면 폐 이식 수술이 필요한 초고도 피해자엔 최대 5억원, 유족엔 2~4억원 지급된다. 기업 측은 총 7795억~9240억원가량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옥시와 애경이 조정안에 반대하면서 조정안 이행은 무산될 처지다. 옥시는 이미 배상금을 지불했고 기업 간 분담 비율이 적절치 않다는 점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는 과거 개별보상과 특별법에 따른 구제기금 등으로 3640억원을 냈지만 조정안대로라면 5000억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애경 측 역시 "조정안 결과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놨지만 재원이 부담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역시 조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대상 피해자 7027명 가운데 과반이 동의해야 효력이 발생하지만 이마저도 어렵다는 것이다. 총 30개 가운데 조정위에 참여하지 않은 18개 단체는 조정안에 반대하거나 조율 필요성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박혜정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 대표는 "조정안에 절대 반대하며 소송전도 불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과 같은 답답한 상황을 몰고 갔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진상규명을 어렵게 만든 구조▲조정위의 한계▲피해자단체의 대표성 등을 문제로 꼽는다. 2017년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세월호 참사도 함께 다루며 인력과 시간이 분산됐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만 해도 피해자가 350만~400만명으로 추정되는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이 같은 방법으론 제대로 된 책임을 가려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외주를 주듯 조정위라는 민간기구를 만들면서 기업의 보상을 강제할 권한을 부여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이다. 옥시가 이번 조정안에 반발하며 국내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조정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민간기구에 책임을 떠넘긴 이 같은 상황에 불안함만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구조도 결국 갈라치기로 이어졌다. 모든 피해자를 발견하고 피해 회복에 나선 것이 아니라 단체 대표를 통한 의견 청취가 피해자 간 갈등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 교수는 "피해자 단체들이 서로 대표성을 의심하며 한뜻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피해 회복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가습기살균제 참사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단순 피해 회복의 실패를 넘어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정부는 사회 갈등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며 "향후 국내서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면 이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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