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공장 용광로 근처에서 수년간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다가 급성 심장 질환으로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사망한 근로자인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업무상 사유로 사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공단의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한 제조공장에서 2013년 4월부터 약 6년 4개월간 정규직으로 근무했다. 공장 용광로에서 쇠를 녹여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게 A씨 업무였다. 용광로 부근 온도는 약 35℃, 평균 소음은 만성적인 소음 수준인 약 82dB(데시벨)이었다. A씨는 이 곳에서 1주 간격으로 주간조와 야간조로 교대근무하며,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을 했다.
A씨는 2019년 8월 야근근무 중 공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인근 대학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이었다. 유족은 A씨가 과로, 교대업무 등으로 허혈성심장질환이 발병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유족급여·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반려했다.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A씨 배우자는 공단의 반려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업무상 과로와 유해요인 등으로 허혈성 심장질환이 발병, 사망에 이르게 된 점이 인정된다며 유족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했다. 심장 질환에 악영향을 미치는 야간근무, 생체리듬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야간 교대근무를 오랫동안 하면서 기존 질병(당뇨병, 고혈압)이 악화됐고, 결국 급성 심장질환으로 발현돼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일하던 작업장의 평균 온도와 소음 수준이 기준치를 상회해 업무과정에서 상당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따랐을 것이라고 봤다. 회사가 잦은 휴업으로 급여가 줄어드는 바람에 A씨가 이직까지 고려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점도 심장질환 발병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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