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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푼 줍쇼","김밥 지겨워" 국회의원 후원금 호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종수정 2020.10.29 11:03 기사입력 2020.10.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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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의원들 "한푼 줍쇼", "도와주셔야 깨끗한 정치"
"굶고 있다" , "김밥 지겨워" 빈곤층 배려 안했다는 지적도
비판 일자 "비공개 모집 방법 알려달라" 반박
전문가 "의정활동 잘 하면 이런 홍보 필요없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원금 공개 모집을 하며 올린 사진. 우측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웃고 있는 달력이 놓여있다./사진=정청래 의원 페이스북 캡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원금 공개 모집을 하며 올린 사진. 우측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웃고 있는 달력이 놓여있다./사진=정청래 의원 페이스북 캡쳐



[아시아경제 한승곤·강주희 기자] 일부 여당 의원들이 정치 후원금을 공개적으로 모금하고 나서 이에 대한 비판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은 일반 시민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고액 연봉을 받는데, 대놓고 모금까지 하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모금을 호소하는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푼 줍쇼" , "굶고 있다", "매일 김밥이 지겹다" 등 표현은 실제 빈곤 가정이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사회 기득권에 속하는 국회의원이 후원금을 요구하는 방식에 있어 부적절했으며, 자신의 의정활동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청래·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후원금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후원금 보내 달라고 간절히 요청을 드렸는데 161분만 참여하시고 소식이 감감하다"며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대통령님 뵙기도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장이 텅 비어있으니 마음마저 쓸쓸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할테니...한푼 줍쇼"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좌) 김남국 의원(우)./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좌) 김남국 의원(우)./사진=연합뉴스



김 의원도 지난 16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 검찰개혁, 정치개혁을 거론하며 "군자금이 부족하여 저랑 의원실 보좌진들이 굶고 있다. 매일 김밥이 지겹다. 염치없지만 후원금 팍팍 부탁드린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 같은 호소에 일부 지지자들은 "후원금 보냈다. 힘내시라"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지만,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정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후원금 공개모집 논란이라니...그럼 비공개 모집합니까?"라며 "다른 국회의원들도 문자 보내고 카톡 하고 공개적으로 다 한다. 공개모집 하지 않고 뒷골목에서 비공개 모집하는 방법 있으면 가르쳐달라"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또 자신을 비판한 언론 보도를 캡처해 공유하며 "특별한 관심과 협조 덕분인지 어제 후원 계좌를 올린 이후 현재까지 584분께서 2742만원을 보내주셨다. 언론개혁에 매진하겠으니 한 푼 줍쇼"라고 재차 호소했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정치인이 정치 후원금을 모금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며 "좀 더 친근하고 솔직하게 국민에게 호소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조금씩 도와주셔야지 정치인이 깨끗한 정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국회의원들의 호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정치인들이 후원금 모금을 할 수는 있지만, 이들의 표현 방식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직장인 김모(27)씨는 "지지자들에게 후원금을 받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이 '대통령 보기 부끄럽다', '한 푼 줍쇼' 등의 표현을 부끄럼없이 쓰며 구걸하듯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마치 대통령을 위해 국민들이 후원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국민보다 대통령이 위에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장인 서모(35)씨도 "국민들은 하루하루 살기 힘든데, 국회의원들이 후원금이 없어 굶고 있다느니, 후원금이 얼마 모였다느니 떠드는 걸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며 "어떤 국민에게는 김밥 한 줄도 소중한 한 끼일 수 있다.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한다면 이런 말 함부로 못 한다. 대통령 눈치가 보여 힘들다면 국회의원 하지 말고 대통령 비서를 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한푼 줍쇼", "굶고 있다" 표현도 지적을 받고 있다. 빈곤층이나 형편이 어려워 실제 밥을 굶을 수 있는 계층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 4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의원들의 후원금 호소 말투는) 당연히 일종의 비유법이나 '그만큼 힘들다'라는 말이겠지만, 진짜 빈곤한 사람들 시각에서는 '배 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 낮은 자세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의정 활동을 해야 하는데, 표현 자체가 '한푼 줍쇼' , '굶고 있다' 등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빈곤층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저 답답하다"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사회의 기득권에 속하는 국회의원이 국민에 후원금을 요구하는 방식에 있어서 부적절했으며, 스스로의 의정활동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긍정적이라면 굳이 이런 홍보를 하지 않더라도 후원금이 들어올 것"이라며 "그게 안 되니까 일종의 구걸에 나선 것인데, 국회의원 스스로 의정활동을 잘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후원 호소의 방식 또한 문제"라며 "국민이 생각하기에 국회의원은 우리 사회의 갑, 기득권에 속하고, 적지 않은 세비를 받고 있다. 그런데 마치 본인들이 을이고 약자인 것처럼 호소하는 것이 과연 적절했는가. 국민들 입장에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대표, 유권자의 대표라면 그에 맞는 자존심을 생각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국회의원들이 후원금이 왜 안 모이는지에 대한 인식 없이 대통령 비호에만 앞장서고 있다"며 "마치 정권의 수호대처럼 장엄하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이 보기엔 이런 태도가 부적절하게 받아들여진다. 바로 이런 면 때문에 국민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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