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태풍에 맞선 1만t 슈퍼 블록, 가거도 주민 지켰다

아파트 10층 규모 케이슨, 높이 28m·무게 1만t
가거도 주민들 "케이슨이 태풍 막아냈다"

케이슨 설치 작업. 가거도 앞바다에는 아파트 10층 규모인 높이 28m, 무게 1만t의 커다란 케이슨이 최근까지 16개 설치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주 인턴기자] 국토의 최 남서단에 위치한 섬 가거도 앞바다에 무게 1만t 슈퍼 블록(케이슨)이 초강력 태풍을 막아냈다.

지난 26일 밤부터 27일 새벽까지 가거도항 앞마을에 들이닥친 역대급 바람을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에도 마을은 무사했다.

초강력 태풍에도 마을은 끄떡없이 버텼다며 주민들은 지난해 방파제 바로 앞바다에 설치된 케이슨이 마을을 구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11년 태풍 '무이파' 당시 방파제 앞 파도를 막는 60t이 넘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테트라포드)이 마을 앞 도로까지 60m 이상 밀려오는 사고도 발생했다.

매번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 마을 지붕이 날아가고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방파제 앞바다에 케이슨이 설치되면서 피해가 현저히 줄었다.

케이슨(caisson)은 상자 모양으로 제작된 초대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교량의 기초나 방파제, 안벽 등의 본체용 구조물로 사용되는데 내부는 흙이나 사석으로 가득 채워 굉장히 무겁다.

아파트 10층 규모인 높이 28m, 무게 1만t의 커다란 케이슨이 최근까지 16개 설치됐다.

이 케이슨을 설치하려면 개당 35억원이 투입된다.

케이슨을 쌓아 슈퍼방파제를 건설하면 100년 빈도의 태풍에도 무탈하리라고 예상됐는데, 그 예상이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풍을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가 들이닥친 26일 밤부터 27일 새벽 사이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항 방파제가 심하게 파손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번 태풍 바비가 근접했을 때 가거도 앞바다 물결 높이는 13.1m로 링링 때(12.5m)보다 0.6m 더 높았지만 막아냈다.

목포해수청은 "케이슨 안정화 작업이 안된 상태에서도 역대급 파도를 막은 걸 보면 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태풍 바비로 인해 16번 케이슨이 자리를 조금 이탈했지만 주요 구조물은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링링 때도 케이슨 한 개의 후면부가 약간 부서졌지만 큰 피해를 막아냈다.

가거도 주민들은 "거대 케이슨 설치로 초강력 태풍과 높은 파고에도 마을에 별 피해가 없다"면서 "공사가 다 끝나면 가거도 태풍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거도항 항구복구 공사는 2025년까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봉주 인턴기자 patriotbo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