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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쓰는 전공의 "이래도 밥그릇 싸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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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의사들 "의견 반영 안되는 현실에 무력감"…무기한 파업 불가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의료계 2차 총파업이 강행된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임의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의협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의 정책에 반대하며 오는 28일까지 사흘간 집단휴진에 들어갔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의료계 2차 총파업이 강행된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임의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의협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의 정책에 반대하며 오는 28일까지 사흘간 집단휴진에 들어갔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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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착잡한 심정으로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우리는 밥그릇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니에요.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전공의들이 왜 가운을 벗어야 하는지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해요."


서재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무기한 파업 일주일째이자 2차 의사총파업 이틀째인 27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날 오전 서울아산병원ㆍ서울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잇따라 제출하고 의사 가운을 벗었다. 응급환자 콜이 오면 한 걸음에 달려갔던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나선 것이다. 전공의들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 현실에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을 이해해 달라고 입을 모은다. 서 대변인은 "정부가 전날 집단휴진에 나선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지만 무섭고 걱정되는 전공의는 없다"고 일축했다.

한양대병원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전공의는 이번 무기한 파업을 '만성화된 무력감에서의 탈출'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아무리 의견을 제시해도 반영이 안 될 것이라는 무력감이 의료계에는 만연해 있다"면서 "젊은 의사들은 무기한 파업을 통해 무력감에서 탈피하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 대책인 아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숫자가 아닌 수가가 문제= 이번 2차 의사총파업에 주목할 것은 전공의들이 가장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 정책에 대해 그만큼 전공의들의 문제 인식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그 중에서도 전공의들이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의대정원 확대다. 서 대변인은 '고소득 전문직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프레임을 경계했다. 당정은 지난 7월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에 걸쳐 4000명을 추가 양성하는 안을 발표했다. 10년간 지역 의무복무하도록 해 지역에서도 양질의 진료서비스를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 대변인은 "문제는 숫자가 아니다"면서 "400명 아니 그보다 훨씬 많은 의대생을 뽑아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기초의학ㆍ중증외상외과ㆍ산부인과ㆍ흉부외과가 소위 기피과가 된 것은 낮은 의료수가가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쉽게 말해 의사들이 의료행위를 했을 때 그 행위에 들인 돈보다 정부가 지원하는 돈이 적기 때문에 병원도 부족한 돈을 다른 곳으로 채워 운영해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생명을 지키는 숭고한 일에 대한 값어치를 정부가 턱없이 낮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 "고되고 힘든데 책임감만 강조"= 아산병원에서 근무중인 또 다른 전공의는 "일이 힘든데 의료수가도 낮은 비인기 분과에 사명감과 책임감만으로 지원할 의사는 많지 않다"고 반발했다. 낮은 의료수가로 인한 폐해들을 정부가 면밀히 따져보고 진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순적인 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공의는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좋다보니 환자들이 의사들을 방문하는 횟수가 세계 1위에 달할 정도"라며 "단순히 의사의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료접근성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계획에도 반발하고 있다. 또 다른 전공의는 "공공의대에서 수련받는 전공의들도 서울 대형병원과 마찬가지로 좋은 환경에서 수련받고 싶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교수인력과 병원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실력을 키울 만한 여건이 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신찬수 서울대 의과대학장도 "서남의대 폐교 사태에서 봤듯이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공공의대를 설립하면 실패할 것"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신 대학장은 한방 첩약 급여화에 대해서도 "신약 하나 나오면 유효성ㆍ안전성을 평가하고 부작용 등을 따져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데 동의보감에 나오는 첩약을 급여화해 건강보험 재정을 쓴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발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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