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두산그룹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분리 매각을 추진한다. 두산그룹이 자산ㆍ계열사 매각으로 3조원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자 후순위로 미뤄뒀던 계열사의 분리 매각안을 결국 꺼내든 것이다.
16일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두산 그룹은 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작업에 돌입했다.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매출액 8조1858억원, 영업이익 8404억원을 거둔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시장에서는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제외한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가를 6000억~8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는 꾸준히 흑자를 내는 기업이고, 중국 건설기계 시장도 회복됐기 때문에 원매자들의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매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두산밥캣을 분리하면 단시일 내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도 공존하고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건설기계 연결 영업이익의 62.9%를 차지했던 두산밥캣을 분리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매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 1분기 말 별도 차입금이 2조9000억원인 점, 중국 법인(DICC) 지분 매각과 관련해 7196억원 규모의 소송이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하면 매각 성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의 팔릴 자산만 떼어내 파는 분리 매각도 추진한다.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두산건설 매각을 추진했지만 기술력, 업황, 자산 상태 등으로 인해 원매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두산그룹은 이 때문에 부실 우려가 있는 자산은 남기고 매각키로 한 것으로 관측된다. 두산건설은 신설회사 밸류그로스에 미회수 채권이 있는 인천 학인두산위브아파트, 일산제니스 상가, 한우리(칸) 리조트, 공주신관 토지 등을 넘긴다. 분할 후 두산건설은 자산 2조2300억원, 부채 1조7800억원, 밸류그로스는 자산 2500억원, 부채 800억원이다.
두산그룹이 매각 후순위였던 두산인프라코어와 함께 두산건설의 핵심 자산만 분리 매각하기로 한 것은 기존에 내놓은 두산솔루스, 모트롤BG, 골프장 클럽모우, 두산타워 등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해서다. 두산그룹은 애초 ㈜두산ㆍ대주주들의 두산솔루스 지분 61%와 경영권을 8000억원대에 넘겨도 시장가치로 인해 구매자들이 줄을 설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원매자들은 두산솔루스의 현재 전지박 생산량이 경쟁사들에 크게 못 미치는 1만t 수준인 점 등을 고려해 적정 가격을 6000억원대로 제시하는 등 온도차를 보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투자경색으로 최근 진행된 예비입찰에 롯데,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불참하면서 흥행에도 실패했다.
유압기기를 생산하는 ㈜두산의 모트롤BG(사업부)도 4000억~5000억원대에 내놨지만 전략적투자자(SI)의 예비입찰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중공업의 골프장인 클럽모우CC 매각도 가격문제로 인해 지지부진하다. 두산중공업은 1600억원대 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원매자들은 1400억원대가 적정가격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산타워는 7000억원 규모로 매각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지만 세금과 부채를 제외하면 두산그룹이 챙길 수 있는 돈은 2000억원 가량이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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