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현실 인식해달라며 긴급 지원 요청 "대량 실업 사태 막아 달라"
멀티플렉스 이달 300억원 이상 적자 불가피 "일부 극장 폐업도 고려"
영진위, 영화발전기금 일시 면제 요청에 궁색한 변명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붕괴 위기에 직면한 영화계가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방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영화산업의 시급한 현실을 인식해달라고 호소하며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영화계는 25일 ‘코로나19로 영화산업 붕괴 위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한국 영화산업은 지금 그 깊이조차 알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지원에서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다”며 “영화 정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산업의 시급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성명에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영화단체연대회의,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상영관협회,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영화디지털유통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예술영화관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각종 영화단체는 물론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Q 등 영화관들까지 동참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뒤 영화 관람객은 하루 3만명 내외로 작년보다 80%나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한국 영화산업 전체 매출 중 영화관 매출이 약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영화관 매출 감소는 곧 영화산업 전체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벌써 영화 관련 기업들은 더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씩 가족과 같은 직원들과 작별을 고하고 있다”며 “영화산업 위기는 결국 대량 실업 사태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한국 영화의 급격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게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크게 세 가지 사항을 문체부와 영진위에 건의했다. ▲다양한 금융 지원 정책의 즉각 시행 ▲정부의 지원 예산 편성 및 영화발전기금 등 재원을 활용한 긴급 지원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영화산업 포함이다. 정부는 최근 여행업·관광숙박업·관광운송업·공연업이 포함된 특별고용지원 대상에서 영화산업을 배제했다. 영진위 또한 영화관에 손소독제 5000개를 전달했을 뿐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뒤늦게 코로나19 피해를 지원할 전담 창구를 마련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만 받고 있다.
극장 관계자 A씨는 “이미 영진위가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19 피해 현황을 수집하고도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두 달가량 조사한 피해 현황을 왜 다시 수집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극장 관계자 B씨도 “영진위가 자체적으로 집계하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만 봐도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다”며 “효과적인 지원 대책을 내놓아도 모자랄 판에 분야별 피해 상황을 조사하겠다는 작태가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영진위는 “위원회 사무 행정 체계가 한국 영화 제작·배급·상영 지원 사업 위주로 편제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 기만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앞서 영화관들이 요구한 영화발전기금 일시 면제에 대해서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여서 관련 부처와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법 개정 없이도 영화발전기금은 면제가 가능하다. 부과한 기금을 돌려주는 방안을 내년 사업계획에 포함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힘겹게 운영을 이어가는 영화관들은 올해 막심한 손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극장 관계자 B씨는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달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3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기업당 지불해야 할 한 달 임대료가 100억원에 달한다. 다음 달에도 반등이 없다면 인건비 지급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극장 관계자 C씨는 “신작 개봉은커녕 매점, 광고 등 부수익마저 바닥났다”라며 “지방의 일부 극장들이 폐업 또는 용도 변경까지 고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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