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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개항 후 처음" 코로나19로 적막 휩싸인 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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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균 20만명 이용했는데…5일 기준 이용객 단 3만명
불법체류자 자진신고 대열만 북적 "코로나19 이후 일 끊겼다"

6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6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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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인천국제공항=유제훈 기자] "개항 이후 이렇게 공항이 조용한 건 처음인 듯 합니다. 9·11테러,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6일 오전 9시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평소라면 주말을 앞두고 해외여행길에 오를 여객들로 붐벼야 할 곳이지만 한산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체크인을 위해 길게 늘어서 복잡했던 대기줄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출국장에 위치한 입점매장 직원 몇명만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공항에서 10년째 근무 중이라는 한 약사는 "매출이 4분의 1토막이 났다"면서 "어느 항공사는 좌석 300석 짜리 비행기를 띄웠는데 고작 6명이 탑승했다고 하더라. 탑승객 자체가 감소하니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입국장은 한산한 분위기를 넘어 '적막함'까지 느껴졌다. 입국장 중앙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도 고객을 단 한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평균 20만명이 넘는 여객이 이용하는 공항에선 보긴 힘든 광경이다. 점원 박모(22ㆍ여)씨는 "평소엔 가장 붐비는 오전 5~8시에만 400테이블 정도 손님을 받았는데, 오늘은 오전 1시부터 지금(오전 9시)까지 고작 30테이블 정도에 그쳤다"면서 "최근엔 상주기관 직원들도 거의 오지 않아 매출액도 10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대한민국의 관문이자 세계 5위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이 셧다운 위기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102개 국가가 한국발 여객에 대한 입국 통제를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공항이 얼어붙으면서 항공사, 지상조업사, 면세점, 입점 식ㆍ음료매장 등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처럼 인천국제공항이 한산해 진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각 국의 한국발 입국통제 영향이 크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전날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제1ㆍ2여객터미널을 통틀어 3만248명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2.9%나 감소한 수치다. 항공편 역시 54.4% 감소한 501편에 머물렀다.

주말이 시작되는 이날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날 여객 역시 3만3500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한국발 여객에 대한 입국제한이 강화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일본을 시작으로 주요 국가들이 한국발 여객 입국제한을 강화하면 할 수록 공항은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


6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법무부 출입국서비스센터에서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자진 출국신고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6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법무부 출입국서비스센터에서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자진 출국신고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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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함이 감도는 공항 내에서도 의외의 풍경이 벌어진 곳도 있었다. 출국장 중앙부에 위치한 법무부 출입국서비스센터 앞으로, 어림잡아 200여명에 이르는 여객들로 혼선이 빚어지고 있었다. 다소 의외의 장면이었지만 궁금증은 바로 해소됐다. 출국을 준비 중인 불법체류자들이 자진신고를 위해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그간 미등록 상태로 광주광역시 일대에서 거주했다는 A(33)씨는 "코로나19가 무섭다기 보단,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거리가 뚝 끊겼다. 주변 친구들(미등록외국인)도 일거리가 없어 귀국을 고민하는 분위기"라면서 "사태가 정리되면 돌아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소속의 한 관계자는 "평소엔 이렇게까지 줄을 서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오늘 오전 6시부터 현재까지 약 600명이 자진신고를 위해 번호표를 받았다"고 전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위기는 유관업계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60~70%의 노선 운영을 중단한 항공사, 지상조업사, 고객의 발길이 끊긴 면세업체, 식ㆍ음료매장 등이 대표적이다. 여행ㆍ관광업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업계에선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 이상 자구책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대로 수 개월 상황이 지속되면 무너지는 항공사, 조업사들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무너진 산업 생태계를 회복하는데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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