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19세기 영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빅토리아 여왕은 왕실의 화려함 이면에 외로운 일생을 보낸 군주였다. 아버지와 사촌들을 일찍 여의고 드물게 생존한 적통으로 빅토리아의 왕위계승 가능성이 커지자 그녀의 어머니는 혹독한 교육을 통해 딸을 왕의 재목으로 길러냈다.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없이 자란 그녀는 자기주장이 확고하며 독선적 성격을 갖게 되었는데, 1837년 즉위 후로도 그녀의 이 같은 성격은 더욱 공고해졌다. 이런 그녀의 성격을 오롯이 다 이해하고, 또 그녀가 유일하게 모든 것을 의지했던 남편 앨버트 공이 42세 젊은 나이로 요절한 뒤로 그녀의 완고한 성격은 한층 더 굳어졌다고 전해진다. 그런 빅토리아 여왕이 말년에 사귄 뜻밖의 친구는 그녀의 일상을 다채롭게 바꿔놓는다. 즉위 50주년을 기념하는 골든 주빌리 행사에서 만난 인도인 시종 압둘 카림에게 매료된 빅토리아는 그를 자신의 집사로 삼고 공식 행사에 대동하는 한편 그를 통해 인도문화를 배워나갔다. 식민지에서 온 시종에게 여왕이 우르두어(파키스탄어)까지 배운다는 사실이 퍼지자 당시 빅토리아의 아들인 에드워드와 영국 총리 로버트 게스코인 세실은 그를 여왕에게서 떼어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를 총애하는 여왕의 제지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결국 여왕의 임종까지 옆에서 지킨 압둘은 그녀가 눈을 감자마자 신하들의 등쌀에 소리 없이 인도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후렌드는 who(누구)와 friend(친구)의 합성어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젊은 세대의 문화'를 지칭한다. 접근이 손쉬운 SNS의 등장으로 관계 맺는 방식이 가벼워짐에 따라 신원을 알 수 없는 익명의 상대와도 거리낌 없이 친구가 되고, 서로 통하는 주제만 있다면 깊은 소통을 나누는 오늘날의 후렌드 문화는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절 인도인 시종과 격의 없는 우정을 나눈 빅토리아 여왕과 압둘을 떠올리게 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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