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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고시원 화재'에 겨우 살아남았지만…결국엔 또 다시 고시원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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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 목숨 앗아간 '국일고시원 화재' 1년
생존자 대부분 또 다시 고시원으로
사고 트라우마 있지만 보증금 마련 어려워
참사 이후에도 막힌 출구, 스프링클러 미비 여전

11일 화재로 7명이 사망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앞에 시민들의 고인들을 추모하는 추모꽃을 비롯한 추모물품이 놓여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11일 화재로 7명이 사망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앞에 시민들의 고인들을 추모하는 추모꽃을 비롯한 추모물품이 놓여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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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쿵'. 오늘 새벽도 작은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에 깼다. 1년 전 화재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로 깊은 잠에 빠지지 않고,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예민해진다. 그날 이후 다시는 고시원은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돌고 돌아 결국 고시원으로 오게 됐다.


지난해 11월 9일 오전 5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국일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등 총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비상벨과 스프링클러는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또 창문이 없는 방이 다수였던 탓에 불길을 피하려던 거주자들이 하나의 출입구로 몰리며 화를 키웠다.

사고 이후 생존자들은 다시는 작은 창문조차 없는 고시원에서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생존자 대부분이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어 다시 고시원으로 향했다. 303호 생존자 송훈식(59ㆍ가명)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송씨는 최소 수백만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구할 수 없어 보증금이 필요 없는 고시원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국일고시원과는 1km 남짓 떨어진 곳이다.


송씨는 "당시 화재로 옷이 전부 타버려서 새로 구입해야 했고, 양 손에 2도 화상을 입어 몇 달간 일도 못했다"고 전했다. 사고 이후 종로구청 등 관계 기관에서 임대주택을 마련해주는 대안을 내놨지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송씨는 "가구 하나 없는 빈 방이어서 내가 다 새로 마련해야 하고, 일자리가 있는 곳과도 멀리 떨어져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며 다시 고시원을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7일 서울 종로구 옛 국일고시원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화재 참사 뒤 고시원은 문을 닫았지만 당시 생존자 대부분은 또 다른 고시원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사진=이승진 기자)

7일 서울 종로구 옛 국일고시원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화재 참사 뒤 고시원은 문을 닫았지만 당시 생존자 대부분은 또 다른 고시원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사진=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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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은 화재 트라우마를 겪으면서도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사고 현장 주변을 벗어나지 못했다. 송씨가 사는 고시원에는 당시 309호 생존자 조모(57)씨도 거주중이다. 조씨는 사고 후유증으로 아직까지도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송씨와 조씨 외에도 당시 생존자 대부분이 국일고시원 인근 고시원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고시원장 구모(69)씨 등은 지난 3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하지만 형사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으로 생존자들이 민사 소송을 통한 피해보상을 받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화재 참사 이후에도 고시원의 안전 문제는 바뀌지 않았다. 국일고시원 인근 고시원 다섯 곳을 둘러본 결과 대다수가 유일한 탈출구에 물건을 쌓아 놓고 있었다. 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인 2009년 7월 이전부터 운영해온 고시원은 서울에만 3000여곳이 넘는다. 서울시는 올 연말까지 130개소의 노후고시원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비를 지원할 예정이지만 이 정도로는 역부족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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