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로 나와 있는 케이블방송사들의 인수합병(M&A)은 당연 불가능하고 점유율 제한으로 가입자 유치도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때문에 KT는 반대,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찬성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논리는 단순명료하다. KT만 규제의 밖에 벗어난 일종의 특혜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케이블방송사들이 규제 해소 대신 경쟁 서비스 규제 신설을 요청한 것은 독점사업권이라는 달콤한 과실 때문이었다. 해당 권역에서 독점 서비스 권한이라는 기득권을 내놓기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케이블방송은 고사 직전이다. 지난해 IPTV의 점유율은 케이블방송을 넘어섰다. 1위 업체인 CJ헬로도 수년 전부터 매물로 나와있다. 경쟁 대신 독점을 누리고 경쟁 서비스 발목을 잡았지만 시대의 변화에는 순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IPTV를 비롯한 유료방송시장은 막강한 콘텐츠로 무장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서비스들에 위협받고 있다. KT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20.67%를 갖고 있는 1위 사업자이지만 변변한 자체 콘텐츠조차 없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이용자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대신 무엇을 볼 것인지 고민한다. 콘텐츠가 플랫폼을 넘어선 것이다. 때문에 넷플릭스, 유튜브에는 없는 33%라는 시장점유율 상한선 폐지를 논의해야 할 때에 합산규제 부활 논의는 우리나라 유료방송시장만 과거로 돌리자는 주장과도 같다.
영상이 끝난 뒤 빌 게이츠는 "이미 관련 기술들의 개발이 끝나 있기 때문에 이런 세상이 오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다만 '변화를 두려워 하는 인간의 심리'가 이 같은 정보사회로의 발전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설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관련 기술의 개발을 1994년에 이미 마쳤지만 실제로 이 세상이 오기까지는 기득권을 쥐고 있던 업체들의 반대를 넘어서야 했다는 점이다. 빌 게이츠가 언급했던 장애물로 인해 결국 과거 컴퓨터시장의 강자는 스러지고 구글, 아마존 등의 신흥 강자가 세상을 지배하게 됐다. 현재에 안주하는 규제가 아니라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규제 해소를 고민해야 할 때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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