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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이 목구멍에 넘어갑니까”…굴욕이냐 vs 외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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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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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랭면’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당시 자리에 참석한 한 인사는 해당 발언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은 리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서는 남측이 북측에 대해 대단히 굴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일반적인 외교 결례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분단국가인 남·북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평양 옥류관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냉면을 먹는 자리에 리선권 위원장이 나타나 정색을 하고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는 보고를 받았느냐?”며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질의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답변했다.

국감 자리에서 불거진 리 위원장의 언행은 정치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이를 둘러싼 질타가 쏟아졌다. 당장 야권에서는 조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무례와 천박함이 북한의 본모습이라고 해도 어떻게 이런 경우가 있나”면서 “총수들을 반강제적으로 데려갔으면 이런 모멸은 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것이 남북관계 개선의 실상인지 국민 앞에서 이야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도 SNS를 통해 “보다보다 험한 꼴을 다 본다. 조 장관은 항의는커녕 남북 간에 속도를 내자는 뜻이라고 변명까지 해줬다”며 “국민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하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 통일부 장관은 이 사태에 대해 북측에 엄중히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31일 조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리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왜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들이 북한으로부터 몰상식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비난했다.

지난 9월 19일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 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과 식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19일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 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과 식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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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인사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3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리 위원장의 ‘냉면’ 발언에 대해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남북회담에서 북한이 결례하는 경우가 몇 차례 있었는데 그때마다 북측 대표가 교체되기도 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북측의 사과나 그에 걸맞은 태도가 필요하다”고 사실상 사과를 촉구했다.

서훈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원 국감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그런 얘기가 진짜 있었다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고 너무나도 무례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리 위원장의 해당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감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재벌총수 3∼4명에게 직접 전화해 확인했지만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사진=연합뉴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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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 위원장 발언 진위여부와 별도로 과거 리 위원장이 보인 언행들까지 언급되면서 사태는 악화하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리 위원장은) 10·4선언 행사 때도 ‘남북관계 파행의 책임은 반통일세력에 있다’며 한국 정치에 개입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조 장관이 3분 늦었다고 ‘시계가 주인 닮아 관념 없다’고 했다”면서 “리선권은 대남관계, 남북관계 책임자이자 얼굴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앞으로도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 위원장의 언행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국민들의 자존심이 훼손되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네티즌은 “조명균 해임해야 합니다.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라며 조 장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북한 가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겪은 것인지 둘이서 비밀 회동에서는 또 뭔 소리를 들었는지 알 수 없죠”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가 하면 “통일부 장관님 이쯤되면 성명이라도 발표해서 정리해야하는것 아닙니까”라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무례하긴 하다 하지만 뭐가문제인지 물어봐야지 북쪽에서는 뭔가 불만인가보구만 그래서 저렇게 표출한건데...”라는 의견처럼 일단 상황을 알아보자는 신중론도 나왔다.

한편 조 장관은 1일 리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전해 전해서 들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번영 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 위원장이 냉면 발언 당시) 그 자리에 없어서 아는 바가 없다. 전해 전해서 들은 거라서”라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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