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폭격기 B-52, 中 인공섬 군사기지 상공 비행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 2대가 이번 주초 남중국해 일대를 비행했다고 CNN방송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군부가 민감해 하는 남중국해 일대에 미 전략폭격기가 비행을 한 것이어서 군사적 갈등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952년 처음 배치돼 개보수를 거쳐 여전히 일선에 있는 보잉사 B-52전략폭격기

이 방송에 따르면 B-52 폭격기 2대는 미국 괌 공군기지를 출발해 중국 정부가 인공섬을 세운 뒤 군사기지화한 남중국해 일대를 경유해 이동했다. 남중국해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중국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지역으로, 중국은 이 지역 일대에 군사적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공섬을 만든 뒤, 군사기지를 구축한 바 있다.

미 국방부는 이번 비행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폭격기들의 비행과 관련해 "20년 전 이 지역이 군사화되지 않았던 때였다면 이번 비행은 디에고 가르시아 공군기지나 기타 지역으로 폭격기들이 이동하는 것에 불과했을 것"이라면서 "이번 비행과 관련해 정상적이지 않은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도 "B-52 폭격기들이 정기적으로 예정된 남중국해 인근의 훈련에 참여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B-52 폭격기들은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52 폭격기들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방공식별구역에도 진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의 설명과 달리 B-52 폭격기들의 남중국해 이동은 단순한 이동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무역전쟁중인 미국과 중국은 최근 군사적 갈등 양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B-52의 남중국 일대 비행 외에도 중국은 다음 달 예정됐던 미 해군 강습상륙함 와스프의 홍콩 기항을 거부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산 S-300 미사일을 구매한 것과 관련해 중국군 관계자들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미 국무부는 대만에 최신 미국산 무기 판매를 승인하기도 했다. 중국은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중·미 합동참모부 대화를 취소하기도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