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보르헤스 논픽션 전집①=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논픽션 전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올 하반기까지 총 7권으로 완간을 계획하고 있으며 상반기에 1권부터 3권까지 출간되었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보르헤스는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산문 작가로도 명성을 떨쳤으며 당대 작가의 전기, 철학 사상, 아르헨티나의 탱고, 민속학, 국가 정치 및 문화, 리뷰, 비평, 서문, 강의 등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산문을 남겼다. 그의 논픽션이 국내에 전집으로 완역되어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보르헤스를 대중들에게 꾸준히 소개해 온 번역가들이 여러 부분으로 나눠 맡아 원문의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보르헤스를 충실히 살려 냈으며 표지에서는 미로와 거울, 무한한 반복 등 보르헤스의 핵심 주제를 담으면서도 현대적인 가치를 드러내는 일러스트로 21세기 새로운 보르헤스를 표현해 냈다. 전방위로 뻗어 나가는 보르헤스의 격렬한 호기심과 전 작품을 관통하는 방대한 지식은 놀라울 뿐이다. 보르헤스는 1980년대 말 국내에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이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단편소설집 '픽션들'이 필독서로 꼽히지만, ‘어려운 작가’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었다. 2000년대 시작된 ‘인문학 다이제스트’ 열풍에서도 한 발짝 비켜 서 있던 거장, 보르헤스를 쉽게 읽고자 하는 독자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진리와 중심을 부정하는 보르헤스의 사유는 한 문장으로 수렴될 수 없었다. 그의 언어에 주석을 달면 달수록 옥상옥(屋上屋)이 되는 현상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만년의 보르헤스에게 젊은이들을 위해 조언을 한마디 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그는‘나는 일생을 표류하면서 살았고, 조언할 말은 한 마디도 없다’고 했다. 스스로 시대의 멘토가 되기를 거부한 자유경의 목소리는 어떻게 그의 작품을 읽어야 하는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중요한 힌트를 준다.(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김용호, 황수현, 엄지영 옮김/민음사/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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