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살해 및 시신 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35)씨가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11일 오전 살해 장소로 지목된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자신과 같은 희귀병인 거대백악종을 앓는 딸(14)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로 10년 넘게 미담의 주인공으로 살아온 ‘어금니 아빠’ 이모(35)씨가 딸의 친구를 살해한 살인범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05년 이씨 부녀 사연이 방송 등 매스컴에 소개되며 딸의 수술비로 쓰라며 상당액의 후원금이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007년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라는 책을 출간하며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안타까운 사연이 시민들의 심금을 울렸고, 한푼 두푼 모인 성금이 부녀에게 전해졌다.
이씨는 2012년 10월께부터 ‘어금니 아빠’라는 계정의 트위터를 운영하며 1~2달 간격으로 도와 달라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그러나 이씨는 딸의 친구를 살해한 뒤 야산에 유기한 살인범으로 밝혀졌고, 경찰은 이씨가 후원금을 유용해 개인 돈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모(43)씨는 “방송을 통해 어금니 아빠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선량한 사람이라고 믿었는데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의 김모(39·여)씨는 “이번 사건 때문에 기부문화가 위축 될까 걱정이다”며 “기부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새희망씨앗은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으나 후원금으로 들어온 돈 중 2억원정도만 쓰고 나머지 128억원가량은 간부들의 아파트 구입, 골프 여행 등 호화생활에 쓴 것으로 밝혀졌다.
가뜩이나 경제 불황 여파로 기부문화가 위축되고 있다. 우리나라 개인 및 법인의 기부금 총액은 2012년 11조8394억원에서 2013년 12조485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 11조9989억원을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또 다른 자선단체 관계자는 “기부를 하려는 시민들은 관련 기관의 투명성이나 신뢰도 등을 잘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며 “기관이나 개인도 후원 내역을 공시한다든지 하는 활동을 통해 쌍방 간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