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보호자들 '치료·안정 도움' 호응 높아"
병문안객 “감염예방 위한 필요조치 공감”긍정반응
“농촌정서상 병문안 필요…면회시간 늘려야”지적도
[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 “며칠전 입원했다. 그간 다른 환자의 방문객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떠드는 바람에 편히 쉬지 못하고 짜증만 났다. 이젠 병문안 가능시간에만 면회를 허용해주니, 치료와 안정에 훨씬 도움이 된다.”
위암 치료중인 남편을 돌보고 있는 최모(47)씨는 “지난 휴일 옆병상의 환자를 문병하러 10여명의 단체방문객들이 수시로 찾아와, 항의도 못하고 속앓이만 했다”며 “중증질환의 환자들이 많은 병원인만큼,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병문안을 적절히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부산·대전 등 대도시의 상당수 대형병원들이 ‘제2의 메르스 사태’예방을 위해 병문안을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화순전남대병원의 병문안 제한조치는 특히 주목받고 있다. 광주·전남 최초의 사례인데다, 화순전남대병원이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대도시가 아닌 비(非)대도시권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지난 1일부터 면회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병동 병문안객의 출입을 통제했다. 면회시간은 평일 오후6시~8시, 주말과 공휴일엔 오전10시~12시와 오후6시~8시로 제한했다. 지역의 특성을 감안, 수개월전부터 홍보해왔다.
입원환자들이 있는 병동 입구엔 스크린도어가 설치됐고, 벽면에 지정된 병문안 시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부착됐다. 환자의 보호자에겐 통행이 가능한 출입증을 1매만 발급, 병동출입을 최소화했다. 병문안객들은 반드시 기록지를 남겨야한다.
이날 1층 안내데스크엔 병문안과 관련해 문의하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잦았다. 상당수 방문객들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오늘부터 허용된 시간에만 병문안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는 “병문안 제한 취지에 동감하므로, 허용시간대까지 기다리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반발도 있었다. 완도에서 왔다는 정모(58)씨는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에 도착한 뒤, 시내버스를 이용해 화순까지 오려니 서너시간이 걸렸다. 저녁시간에만 잠깐 면회를 허용하면, 돌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환자면회 허용시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항의했다. 동행한 조모(57)씨도 “시골정서상 병문안을 가지 않으면 관계가 끊어진다. 면회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병원장은 “환자·보호자·병문안객의 자발적 협조가 없으면 모든 방문객을 일일이 통제하긴 어렵다. 메르스사태를 거울삼아 ‘병문안이 예의’라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시행초기라 불편하겠지만, 환자와 방문객 모두의 안전과 감염예방을 위한 조치라는 걸 이해하고 협조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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