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예능 출연, 대중이 기대하는 것은?

'냄비받침' 홍준표 / 사진=KBS2 냄비받침 제공

정치인들이 잇따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KBS2 예능 프로그램 ‘냄비받침’에 출연하여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날 홍준표는 추미애에게 “집에 가서 애나 봐”라고 했던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냄비받침’엔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충남지사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추미애가 출연한 바 있다.

과거 연예인의 장소였던 예능은 정치인에게까지 확장됐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박근혜/사진=sbs힐링캠프 캡처

힐링캠프에 출연한 문재인/사진=sbs힐링캠프 캡처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철수/사진=sbs힐링캠프 캡처

2012년 대선을 앞두고 SBS 힐링캠프에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저마다의 인간적인 면모를 뽐내며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매력을 보였다. 또 최근 성남시장 이재명은 SBS 예능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 출연해 부부 생활을 공개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동민은 tvN 예능 '둥지탈출'에 고정 출연자로 출연하고 있다.

언론사 인터뷰 또는 토론 방송에서만 이야기했던 정치인들이 예능 무대로 나오게 된 것은 권위적인 정치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논문에 따르면 정치인이 출연한 특정 예능프로그램을 많이 시청할 시 정치에 대한 관심 및 정치적 대화량이 증가하며 정치적 냉소주의가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정치인의 인간적 측면, 정치적 이상, 인생 역정 등을 포함한 발언 내용과 이미지가 시청자들이 정치에 더욱 관심을 끌게 한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예능에 출연하지 못한 후보에게는 형평성에 어긋나며 프로그램 편집으로 제작진의 정치적 견해가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정책과 법안 심사로 바빠야 할 국회의원이 예능에서 가벼운 모습을 비추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한 커뮤니티에서 Mnet 예능 'PRODUCE 101’처럼 ‘PRESIDENT 101'을 만들자는 의견이 화제를 모았다. 6개월간 숙소 생활을 하며 연설미션과 정책 미션으로 대통령 후보를 검증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며 인터넷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대중은 기존 언론의 딱딱한 정치인 검증이 아닌 예능을 매개로 정치인 검증을 원하고 있다. 이는 대중이 스스로 정치에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또 더 가깝게 정치인의 말을 들어보고 싶다는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예능은 현실이 아닌 철저하게 자본주의 논리에 맞춰 운영하는 딱 짜인 각본과 이에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싶은 정치인이 만나 그리는 하나의 비현실적인 모습에 불과하다. 현실 정치인이 예능을 그저 도구화하면서 인기를 구걸할 것인지 예능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아시아경제 티잼 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