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금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기대되는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이다. 필자가 추정해보면 현재 2.9% 정도인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더 낮아진다. 잠재성장을 결정하는 노동이 조만간 감소세로 돌아서고, 이미 우리 기업들이 상당한 자본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 증가세도 둔화될 것이다. 잠재성장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인인 총요소생산성도 단기에 향상될 가능성은 낮다. 5년 후에는 잠재성장률이 2%대 중반, 10년 후에는 1%대에 접어들 전망이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데 금리가 오를 수 있겠는가?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려면 가계가 소비를 늘리거나 기업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높은 가계 부채, 고용 불안, 기대 수명 증가 등을 고려하면 소비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낮다. 구조적 저성장 국면 진입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기업도 투자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앞으로도 저축이 투자보다 많은 현상이 지속되면서 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여기다가 은행이 채권을 사면서 금리 하락 속도가 더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자금 잉여 주체이고 기업은 자금 부족 주체이다. 크게 보면 가계의 잉여 자금이 기업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자금 부족 주체에서 잉여 주체로 전환하는 과정이 전개되고 있다. 예를 들면 기업의 자금 부족 규모가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6년에는 마이너스(-) 14.3%였다. 기업이 금융회사에서 너무 많은 돈을 빌려 투자했고, 그 결과가 1997년 경제위기였다. 그후 기업의 구조조정과 합리적인 투자로 자금 부족규모가 GDP에 비해 계속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GDP 대비 기업의 자금 부족 비율이 마이너스 0.1%로 크게 나아졌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올해 기업이 자금 잉여주체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저축이 투자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은행의 채권 매수 확대로 우리 금리는 장기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책 당국이나 개인도 이러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