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가 31일 덴마크로부터 송환돼 입국했다. 삼성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의 뇌물수수 의혹의 핵심 수혜자인 만큼 국정농단 수사가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넣 27번 출입국게이트에는 취재진과 검찰 관계자, 공항 직원 등 약 150명이 몰려들었다. 정씨에 앞서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몰려든 인파를 보고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 씨는 이날 오후 3시 16분 경 민트색 후드를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채 탑승교를 건너 출입국게이트로 도착했다. 탑승교에서는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며 걸어왔다. 푸른 천으로 손에 찬 수갑은 가린 채였다. 정 씨는 취재진에 둘러싸였어도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연달아 이어진 질문에도 거침없이 대답하는 편이었다.
정 씨는 귀국 이유에 대해 "가족과 없이 혼자 오래 있다보니 빨리 입장 전달하고 오해 풀고 해서 해결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들어왔다"고 해명했다.
다만 삼성의 특혜 지원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 씨는 "어머니가 삼성전자 승마단이 또 승마 지원하는데 그중에 6명 지원하는 중에 1명이라고 말씀을 하셔서 저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해외 체류 시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정 씨는 아이가 보모가 여전히 덴마크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그 체류 비용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대답으로만 일관했다. 앞으로 필요한 체류 비용 및 변호사 수임료 등에 대해서도 모른다고만 답했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해서도 "어머니와 박 전 대통령 사이의 일은 하나도 모르고 들은 바도 없다"며 "뉴스도 검색해보지 않았다. 국민들께 죄송하지만 이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 좀 억울하다"고 말했다.
정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제3자 뇌물수수, 업무방해, 외환관리법 위반 등 3가지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가 꾸린 '정유라 호송팀'이 이날 정씨를 체포하면서 제시한 체포영장에는 어머니 최 씨 등과 공모해 승마지원을 명목으로 삼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이대 입시 및 학점취득 과정에서 불법으로 특혜를 받은 혐의(업무방해)와 함께 신고절차 등을 어기고 돈을 독일로 반출해 주택 등을 구입한 혐의(외환관리법 위반)가 적시됐다.
검찰은 삼성이 최 씨 측에 돈을 건넨 이유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이재용(49·구속 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기 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측 모두 재판 과정에서 '부정청탁'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정 씨가 청탁 과정의 중심에 실질적인 수혜자인 만큼, 정씨를 통해 삼성의 지원과정이 상세히 파악될 경우 국정농단 수사가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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